역사적인 일본의 정권교체로 동아시아는 물론 전세계가 일본의 대외관계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야스쿠니 신사참배, 북일 관계, 역사교과서 왜곡, 그리고 군 위안부까지 어긋난 역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믿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은 일본의 군위안부 공식 사과다.
 

민주당이 압승한 후 처음 열린 881차 수요시위에는 평소와 달리 들뜬 공기가 현장을 채웠다. 굳게 닫힌 대사관 문이 열릴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여든이 넘은 길원옥 할머니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나 몰라라했던 사람들이 다 바뀌니 잘못을 사과하고 끝날 때가 왔다”고 말했다. 17년간 뙤약볕 아래든, 매서운 비바람 속에서든 매주 수요일마다 할머니와 시민들은 일본대사관을 향해 공식 사과를 요구해왔다. 그동안 매몰찬 바람을 견뎌야 했던 할머니들은 이제 수요시위가 진행되지 않길 간절히 빌어본다.
 

새로운 정권이 빠른 시일 내 사죄의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민당보다는 좀 더 나은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기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다. 올해 초 민주당은 위안부에 대한 진상 파악과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도서관에 항구평화조사국 설치를 공략집에서 밝힌 바 있다. 또한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6월 대표 취임 이후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과거 침략행위와 식민사회를 미화하는 풍조가 일부 있긴 하지만 우리들은 그런 입장이 아니다. 우리들은 과거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일본 문부과학성은 잦은 망언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위안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위안부는 전장에 있는 불안정한 남성의 마음을 달래주는 자존심을 가질 수 있는 직업”, “수요시위를 벌이는 이들은 북한 공작원” 등의 발언은 할머니들의 가슴을 무참히 짓밟았다. 극악한 범죄를 저질러놓고 반성은커녕 오히려 미화하는 행위를 벌여온 것이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식민지배와 침략사실에 대한 사죄를 표명하자 “일본이 왜 사과를 해야 하느냐”며 저항까지 했던 그들이다.
 

일본정부는 과거 역사가 모났든, 바르든 바로 볼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제대로 보는 것이 부끄럽더라도 두 눈을 뜨고 마주해야 한다. 할머니들은 그들의 진정성 담긴 사과를 받아들이고 용서해주려고 용기 내 세상으로 나왔다. 친딸에게도 과거를 숨겨야 했던 여인들이 백발노인이 돼서 걸어 나왔다.
 

사과보다 더 어려운 것이 용서다. 할머니들은 그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용서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일본 정부는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용서받길. 그리고 어서 하루 빨리 할머니들이 용서를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시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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