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본부는 비정규 교수 70명을 해고했다. 그 동안 언론에서만 보던 시간강사 해고가 부산대학교에서 개강을 1주일 앞둔 시점에 발생한 것이다. 기자의 주변에서는 수강신청을 한 강좌가 소리 소문 없이 폐강됐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비정규 교수 노조는 지난달 24일부터 본부와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과정에서 고소와 고발로 서로의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석사학위자의 강의는 박사학위자의 강의보다 못하다”, “더 가혹하게 할 수 있었다”는 등 상대방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한 솥밥 먹는 비정규 교수들에게 해고 통보를 해야 하는 본부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해고 대상 비정규 교수들을 구제하기위해 교과부와 노동부에 자문을 구했지만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관계 부처와 비정규 교수 사이에 낀 본부는 답변이 오지 않아 해고를 강행했다. 본의 아니게 비정규 교수들이 다른 학교에서 출강할 수 없게 만든 본부의 입장도 상당히 곤란했을 것이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비정규직 보호법. 하지만 실상은 2년 뒤 비정규직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 해고법이다. 그래도 우리학교는 큰 물리적 충돌 없이 잘 마무리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 비정규 교수는 학교라는 큰 기계 속에서 언제든지 교체가 가능한 하나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학교는 기업이 아니다. 진리를 추구하고 학문 발전을 이룩하는 곳이다. 경영상 이유로 학교 구성원을 함부로 해고하는 이 같은 환경에서 과연 어느 강사가 2년 뒤에 떠날 부산대학교에서 열의를 가지고 강의를 하려고 할까?
서로 합의로 사태가 마무리 되었지만 비정규직이라서 본부 눈치 보며 교수가 아닌 교수로 사는 비정규직 교수들,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정규 교수들과 얼굴 붉혀야 하는 본부. 서로에게는 반쪽짜리 승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