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불안과 혼돈의 시기이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거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대학에 들어왔지만 대학생활은 꿈과 낭만의 장소만은 아니다. 학점관리와 취직시험 준비를 위한 극심한 경쟁체제에 새롭게 내몰리게 된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하여 직업 선택의 기회는 줄었고 자신의 꿈이나 적성을 고려하기보다는 현실적인 필요나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는 진로를 택한다. 이것이 대학생들의 아픈 현실이다.
 

  언뜻 보면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밝고 고민이 없어 보인다. 젊음과 자유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학생들은 저마다의 고민과 갈등으로 힘겹게 지낸다. 저만치 앞서가는 사람들 속에서 심한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외형적인 것의 성취로도 채워지지 않는 내면의 공허와 흔들림은 일상에서의 좌절과 우울로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을 나눌 대상은 흔치 않다. 이들을 위해 도서관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06년 2학기부터 도서관에서는 독서치료 자료를 별도 코너에 비치하고 매학기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그룹 형태로 진행된다. 참여자들은 서로 신뢰하고 지지해 주는 분위기에서 책읽기와 진실한 나눔을 통하여 자신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동안 공부를 비롯한 외적 성취의 그늘에 가려져 돌보지 못했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왜 늘 뭔가 부족한 느낌에 시달렸는지, 왜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연연해하며 인정을 갈구하며 살아왔는지, 그 고통의 근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두 학기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참여자들이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글로 쓰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지켜보았다. 변화의 정도와 속도는 제각기 다르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건강한 자기애를 회복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이러한 변화를 이끈 힘의 원천은 독서의 치유력이다. 전통적인 책읽기와 다른 새로운 독서의 영역이 독서치료(Bibliotherapy)이다. 독서치료가 대학에서는 유일하게 부산대학교 도서관에서 시도되고 대학생들의 일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대학도서관 사서로서의 소중한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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