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이다. 2학기가 시작되었다. 넉터 옆에서는 동아리 새내기 모집을 하고 있어서 학교는 새 학기 분위기가 물씬 나고 있다. 분주하고 시끌벅적하고 생기 넘치는 캠퍼스의 정경. 여느 때와 다름없는 2학기의 시작인데 왠지 모르게 느낌이 다르다. 나에게는 4학년 2학기 마지막 학기이기 때문이다.
 

  널널한 시간표. 시간표에는 여유가 생겼지만 오히려 마음은 더 바빠졌다. 휴학을 한 친구들, 취업을 위해 공부를 하는 친구들, 소식을 알 수 없는 친구들. 모두가 바쁜 것 같다. 나 역시 바쁘게 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다.

 
어느 더운 여름날의 일이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갈증이 났다. 그리하여 자연스레 함께 공부를 하던 친구들과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맥주를 마시며 우리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4학년들은 (굳이 4학년이 아니더라도) 공감하겠지만, 미래를 이야기 하다 보면 우울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생각보다 많은 추억이 생겼다. 그 추억들에 웃고 떠들며 즐겁게 맥주를 마셨다.

 
  격이 다르지만 윤동주 시인이 별을 헤아리며 떠올렸듯이 우리도 술 한 잔에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그 밖의 여러 가지를 이야기한 밤이었다. 그리고 다시금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갔다. 불투명하고 불안한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부정보다 어려운 것이 긍정이 아닐까. 우리는 힘들지만 그러한 긍정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식상하지만 “열심히 하자”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그 여름날 밤, 부대에서 온천장까지 터덜터덜 걸어가며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도 떠오른다. “시간이 딱 지금 멈추면 좋겠다.” 비단 불안한 앞날 때문만이 아니라, 정말이지 즐거운 대학 시절이었기에 그런 대학 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에 나온 말이었다. 그 친구의 말대로 시간이 정말 지금 이 순간 멈춰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아- 나의 대학생활. 아- 나의 마지막 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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