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계절학기 수업을 들으러 한 달간 카자흐 국립대학교에 다녀왔다. 카자흐 국립대학교는 카자흐스탄의 중심도시인 알마티에 위해있는데 러시아어약어로 ‘까즈구’라고 불린다. 평일에는 수업을 듣고, 주말이면 알마티 곳곳을 돌아다니며 관광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한 달간의 유학기간 동안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공간은 바로 기숙사였다.

  까즈구의 캠퍼스 크기는 부산대의 약 3배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그 크기가 무색하지 않게 20여개 가량의 기숙사가 있었다.

  기숙사 1층에는 기숙사 관리인들이 거주하는 관리실이 있고 공동 샤워실이 있다. 원래는 샤워실이 남녀 따로 2개가 있었는데 여성용 샤워실이 고장이 나는 바람에 남성용 샤워실 하나로 남녀가 이틀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씻는다고 했다. 카자흐스탄의 낮기온은 39도까지 올라가기도 하는데 낮에 야외활동을 많이 한 날이면 샤워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가 없었기 때문에 샤워실에 가지 않고는 씻을 수도 없었다. 물은 처음에 틀면 새빨간 녹물이 나오는데 한참 틀어놓고 기다리면 꽤 많이 맑아지곤 했다.

  식사는 거의 공용부엌에 모여서 함께 갔던 사람들과 먹었다.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전, 교수님께서 여성들에게 요오드 보충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하셔서 다들 건미역을 수 십 인분씩 챙겨온 덕분에 우리에겐 수 백 명을 거둬 먹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정도의 미역이 있었다. 스물한평생 동안 살면서 미역국을 그렇게 자주 먹어보긴 처음이었다. 어쨌거나 다들 워낙 반찬을 많이 싸온 덕에 먹는 것은 한국에서 자취를 할 때 보다 훨씬 나았다.

  방은 하나의 커다란 방 안에 들어가면 2인용의 작은 방과 3인용의 큰 방으로 나눠지고 공용 화장실이 있는 구조였다. 각 방에는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시설이 갖추어져있었다. 방에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서 채광은 상당히 잘 되었으나 창문엔 방충망이 없어서 우리가 모기장을 가져가 직접 설치해야만 했다.

  인터넷 신호는 방안에서는 잡히지 않아서 로비에 나가야 했다. 속도는 생각 보다 많이 느렸지만 가족들과 이메일을 주고받는다거나 인터넷 전화를 이용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는 정도였다. 물론 화병 나서 인터넷을 끊고 사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았다.

  기숙사에는 카자흐스탄인들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외대 중앙아시아어과 학생들도 와있었는데 그들과 같은 층을 사용하면서 친분이 쌓여 함께 보드카를 나눠 마시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출국 이틀 전날, 사람들이 잠깐 방을 비운 사이에 베란다를 통해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범인이 노트북, PMP, 가방 등을 훔쳐가는 사건도 있었다. 당시 새벽에 모두의 잠을 확 달아나게 만들었던 무서운 사건이었다. 그 사건은 카자흐스탄 경찰과 보상으로 합의하는 것으로 무난히 해결되었다.

  끝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긴 했지만 다들 무사히 계절 학기를 마치고 돌아왔다는 데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보낸 한 달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게 해준 내게 있어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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