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G20 개최국으로 대한민국이 선정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유치 특별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우리나라가 이번 기회로 국제사회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특별기 안에서 만세삼창을 부르고, 국민들에게 ‘변방적 사고에서 중심적 사고’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1996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 확정되었다. 이때 김영삼 정부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듬해 외환위기를 맞았고 구조조정으로 회사원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10여 년간의 신자유주의 경제로 단련된 우리나라는 G20 개최로 다시 선진국 반열에 도전하게 됐다. 선진국에게는 무엇보다 큰 책임감이 요구된다. 기후변화나 세계의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개발도상국의 어려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G20은 신자유주의 헤게모니를 가지며 개발도상국을 향해 포식자로 돌변한 위험을 항시 내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세계 중심적 사고가 ‘자본 중심, 자국 중심’으로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G20은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서방 선진 6개국의 모임으로 시작한 G6에 뿌리를 둔다. 선진국들의 정치와 경제 문제를 다루는 회담이지만 사실상 그 검은 속내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주요 20개 경제국 모두 참여하는 정상회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선진국과 신흥국의 실질적인 경제 규모 차이가 커 경제정책이 선진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힘의 중심은 기존 G6 가입국들이 가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이윤추구의 대상으로만 보는 강대국들의 권력화가 공고화 될 위험성도 크다. 한 예로 최대오염국인 미국은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2퍼센트 감소하는 교토의정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

  우리나라는 G20 회원국이 되며 개발도상국의 사냥에 동참하게 되었다. G20은 IMF, WTO 등과 같은 국제기구와 손을 잡고 부채를 갚지 못하는 개발도상국가에게 민영화를 강요하고 있다. 국제기구는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에만 골몰한 채 그 결과가 해당국가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지에는 무관심하다. 수돗물, 철도 등의 공공재를 이윤으로만 환원하고 결국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콜레라에 걸린 어린 아이는 이 순간에도 죽어가고 있다.

  또한 제약회사들의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아프리카 지역의 에이즈 환자들이 살 수 없는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 당국은 시장중심경제 체제에서 환자를 위한 복지예산 배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지닌다. 돈이 없는 환자들은 오늘도 죽어가고 있다. 선진국들이 합심해 기업의 이윤사냥을 허락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목을 조르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는 가속화되고 있다.

  내년 11월 달에 열리는 회담에 부산, 인천, 제주는 서로 치열한 유치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 중 부산시는 2005년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 점을 근거로 G20 회담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당시 APEC의 신자유주의 기조와 반환경적 측면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우려를 나타냈지만 국가는 세계도시로 발돋움하자는 기회로만 여겼다. 내년에는 국가위상이라는 명목으로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전시장을 표방하는 행위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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