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티 때, 30명 몰아내고 한 방 차지해

  수십 명의 공대 남학생들이 한 여학생에게 “아름아! (엠티)같이 가!”를 애타게 외치던 광고를 기억하는가? 이 광고는 일반 학생들이 떠올리는 ‘공대 여학생의 생활’에 대한 로망을 여실히 드러낸다.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를 한껏 품고 입학한 인문대 ㄱ씨는 아직도 3년 전 ‘진짜 입학식’을 잊지 못한다. ㄱ씨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3월, 추위에 떨면서 선배들이 벗어준 옷에 파묻힌 공대 여학생을 부러운 눈길로 지켜봤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정혜란(노어노문 1) 씨는 “공대는 여학생 수가 적으니까 얼굴이 예쁘지 않아도 선배들이 잘해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라고 말한다. 시험을 위한 족보제공은 물론이고 ‘공대 여학생을 위한 장학금이 따로 마련돼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공대 여학생들은 부러움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탁성우(정보컴퓨터공) 교수는 “지난해 학생들과 함께 떠난 졸업여행에서 여학생들이 가만히 앉아서 예비역 선배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았어요”라고 증언했다.
 

  이 같은 ‘공대 여학생’에 대한 이야기에 정작 공대 학생들은 입을 모아 “꼭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장세준(기계공 2) 씨는 “아무래도 남학생 수가 많다보니 10명 중에 1명만 여학생에게 밥을 사주기만 해도 횟수가 엄청 많아 보이는 것 뿐”이라고 어깨를 으쓱한다. 김민정(전자전기공 3) 씨는 “다른 학생들의 상상처럼 멋있게 옷을 벗어주는 게 아니라 뺏어 입는 거예요”라며 “처음에는 잘 챙겨주더니 이제는 동성친구처럼 막 대해요”라고 말한다.
 

  공대 여학생 수가 훨씬 적었던 옛날은 어땠을까. 홍금식(기계공) 교수는 학부생 시절 유일한 여자동기와 함께 떠난 학과엠티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시 방을 2개 예약했는데 여학생 혼자 방을 쓰고 30여 명의 남학생들이 한 방에서 자야했다고. 홍 교수는 “너무 귀한 여학생이라 남학생들이 말 한마디 못하고 방을 내주었다”며 웃는다.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공대 여학생들은 단순·무식하다는 편견과 함께 화장만 해도 핀잔주고 놀림 받기 일쑤였다. 탁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예전보다 훨씬 여성스러워져 선배들의 예쁨을 받는 것 같아요”라고 달라진 공대 여학생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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