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14번째 축제를 시작했다. 약 1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에 355편의 상영 편수는 역대 영화제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해 초, 일부 사람들에게 ‘좌파 영화제’로 오해받으며 우려를 낳았던 것과는 달리 영화의 도시 부산은 영화제를 지켜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제영화제는 남포동과 해운대 두 곳에서 함께 진행됐다. 하지만 오래된 남포동 극장의 열악한 시설과 낙후된 교통 환경, 남포동 일대가 쇠퇴하면서 영화제의 기능은 대부분 해운대로 옮겨갔다. 2011년 영화제 전용관 ‘두레라움’이 완공되면 남포동 극장에서 국제영화제 상영작들을 찾아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부산 영화의 발상지이자 피프(PIFF)의 뿌리인 남포동은 차츰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
 
  부산을 대표하던 부산극장, 부영극장 등은 현재 피프광장이 위치한 남포동 5가에 모여 영화관 거리를 만들었다. 한국 최초 영화 제작사 ‘조선키네마주식회사’ 역시 이곳에 있었다. 남포동 극장의 역사는 부산을 넘어 한국의 영화사를 대표한다.
 
  멀티플렉스 붐은 사람들에게 삐걱거리는 일렬 의자가 있는 옛 극장을 흉물로 각인시켰다. 뉴욕이나 파리의 시민들은 오래된 극장의 내부를 개조해 박물관이나 카페, 토론장으로 쓰고 있다. 남포동 극장들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하나의 영화 박물관으로 만든다면 영화도시 부산에 큰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범일동 삼성극장의 사장님은 남포동에서 ‘부일영화사’를 운영했었다. 사장님이 영화사 시절 모아놓은 옛 필름은 500여 편에 달하고 수십 년이 넘은 옛날 영화 포스터들도 간직하고 있다. 이런 영화인들을 찾아내 필름을 체계적으로 보존한다면 한국 영화의 아카이브는 더욱 풍부해 질 것이다.
 
  ‘영화산업을 육성하고 세계적 영화도시로 발돋움 하자’는 부산시의 목소리는 커져가지만 오늘날 영화도시 부산을 있게 했던 옛 극장들을 보존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유명 국내·외 스타와 신도시 해운대의 휘황찬란한 불빛만이 국제영화제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이 영화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게 했던 남포동을 이대로 사라지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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