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교수회는 설문조사의 방식으로 현 총장에 대한 중간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중간평가의 취지는 “지난 2년간의 총장의 학교 운영에 대한 공과를 평가함으로써 임기 후반부 대학 운영에 있어 발전적인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다.
 
  많은 교수들이 취지에 동감하며 설문에 응하면서도 곤혹스러워했다. 부끄럽게도 평가의 전제가 될 정보들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설문의 문항들은 대학행정,교육,복지,인사,재정,시설,기획 기타 공약 이행정도 등 총장과 대학본부의 업무 및 주요 학내 현안에 관한 것이었다. 평소 대학운영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다. 하지만 크게는 17개, 세부적으로는 40개에 달하는 문항들 자체가 대학본부의 업무를 소상히 알지 못하는 한, 사실에 입각하여 성의 있게 답변하기 힘들어 보였다. 차라리 불참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는 교수들도 있었지만, 대학발전을 위한 민주적 의사형성 과정에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많은 분들이 설문에 응했다. 그래도 막연한 인상에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것이 소수의 경험에 그치기를 바라지만, 만일 비슷한 사례가 많을 경우, 설문조사 참여율도 낮아지고 기껏 실시한 조사의 신뢰성도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장치도 있고 또 설문조사 외의 다른 방법도 병용되고 있으므로, 어느 정도 문제는 극복될 것이다. 그러나 기왕 설문조사를 실시한다면, 그리고 전수조사에 맞먹는 참여율을 기대한다면, 그 취지를 살리고 자발적 참여를 북돋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원칙적으로 응답자들이 중간평가의 목적과 취지를 공유하면서 적절히 제공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정 현안에 대한 의견조사의 경우와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대학운영에 전반에 걸치는 많은 질문들이 있었다. 그 전체 문항에 대해 응답자가 사전에 정보를 갖고 있어나 새로 정보를 수집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문항들은 주로 본부가 주도하는 사업에 관한 것이었는데, 총장이 위임받은 기본적인 임무로서 대학의 이념과 책무, 대학 자치와 민주적 운영의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진단하기 위한 문항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 문항을 개선하는 것과 아울러 평가와 관련된 기초적인 정보 정도는 대학본부나 교수회 측에서 이를 정리하여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중간평가를 일회성 여론조사에 그치지 않고, 민주적 공론형성 방법의 하나로 제도화시키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이러한 것들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간평가의 목적과 취지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무슨 기준에 근거하여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관해 토론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더 많은 교수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이 필요한 까닭은, 적어도 대학인이 실시하는 총장 중간평가는 결코 정치인에 대한 신임도 조사와 같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학경쟁력 강화다, 국립대 구조조정이다, 법인화다 하며 정부와 시장의 압력이 거세고 재정지원을 미끼로 한 타율적 개혁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본부의 의사결정이 대학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비록 유일한 평가방법은 아니라도, 정례적 평가의 기회를 대학의 민주적 운영 수준을 높이고 대학의 정체성과 발전방향에 관해 중지를 모으는 실질적 참여과정으로 승화시킬 것이 더욱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 근본적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가운데 중간평가 역시 적절히 자리매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교수회가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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