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공대 연학제에 초대가수로 허경영이 무대에 올랐다. 허경영이 부산대에 온다는 것만으로도 학내 여론이 설왕설래했다. 지성과 열정이 넘치는 대학의 축제의 현장을, 특이한 이력을 가진 한 정치인의 포퓰리즘이 어느덧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허경영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던 여러 학생들에게서 기존의 통념과 다른 관점에서 현실의 문제와 요구들이 발설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학제를 준비한 공대 학생회 측에서는 참여율이 저조한 가을 축제에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번 공연을 기획하였다고 말했다. 정치인이 아닌 엔터테이너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섭외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많은 구성원들은 대학이라는 이성과 지성의 공간에 과대망상을 앓고 있는 비정상적인 정치인을 초대한다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그의 엔터테이너적인 행위들은 결국 자신의 정치적으로 계산된 행동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정치활동을 하는 동안 강조했던 ‘파시즘적’인 공약들도 문제였다.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며, 유신 체제의 일꾼이었음을 자처했던 그가 내세웠던 공약들은, 국회를 해산하고, 민주주의를 불허하겠다는 것들이었다. 10월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시월제가 열리는 시기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계획대로 열렸다.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축제 무대로 모였다. 그들은 다 같이 “내 눈을 바라봐~, 허경영을 불러봐~, 롸잇 나우~, call me~” 를 따라 부르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냈다.

물론 모인 사람들 중에는 허경영을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보는 이는 드물었다. 대다수는 요새 한창 뜨고 있는 나이 든 개그맨으로 생각하거나, ‘세상에 이런 일이’ 쯤에 나올만한 기인으로 취급하였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학생들은 정치를 개그로 승화(?)시키면서 허무와 냉소에 빠져있는 대중들에게 웃음을 주는 흥미로운 존재라는 공통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마도 허경영이라는 광대의 온갖 기행들이 비상식적일지라도 나름 진지함은 가지고 있다고 믿는 듯했다. 그리고 대중들은 그의 진지한 망상과 함께하며 오랜만에 현실에서 일탈하고 단절할 수 있는 꿈을 꾸는 듯했다. 필자 역시 그러한 진지한 망상들이 현실을 새롭게 보여주는 ‘안타까운 지혜’일 수도 있고, 대중의 불만이 다른 형식으로 표출되는 ‘암시의 기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최근 늘어나고 있는 비상식적인 정치 세력들이 보여주는 온갖 기행과 비교해 보면, 그의 기행들은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애써 타협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허탈함과 좌절감을 배가해 주는 그들에 비해, ‘허본좌’의 진지함은 대중들에게 ‘황당한 웃음’이라도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망상은 본질적으로 언론과 네티즌들에 의해 신화화된 비정상적인 징후이며, 광기의 시대에 의해 만들어진 신드롬일 뿐이다. 그리고 그에게 열광하는 일부 대중들의 모습 역시 뒤틀리고 왜곡된 현실에 대한 일시적이고 극단적인 거부반응을 표현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번 허경영 학내 공연 논란은 대학인들조차 ‘광기의 지혜’에 의존하고 열광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 예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이 대안을 모색하는 생산의 공간이라는 기대감을 포기하기에는 이른 듯하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비정상적인 광대에게 의존한 일탈의 흥분보다, 함께하는 공동체의 어울림이 모색되는 축제의 경험을 맛보길 기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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