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 완주②

   마침내 11월 18일, 대회 날이 되었습니다. 대회장에 도착한 저는 친구와 함께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출발 총성과 함께 드디어 저의 첫 풀코스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초반에는 그간의 연습과 충분한 휴식으로 인해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뿐했습니다. 하프코스 거리이자 풀코스의 절반인 21km 지점을 지날 때까지도 몸은 여전히 가벼웠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30km를 넘어서기 시작하자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되었습니다. 평소 20km 이상 달려본 적이 없는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33km를 넘어서자 발목과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풀코스는 숨이 가빠서가 아니라 다리가 아파서 완주하기 힘들다는 선배들의 말이 절실히 이해되었습니다. 35km를 넘어서니 이제는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습니다. 이를 악물고 뛰다가 아파서 잠시 걸으며 쉬는 일이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함께 처음으로 풀코스에 도전한 선배들과 동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35km를 넘어서니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습니다. 야속한 응급차는 옆에서 따라오며 달리기 힘들면 그만 포기하고 차에 타라고 권합니다. 그 달콤한 유혹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극심한 고통에 내가 지금 여기서 돈 내고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후회가 막심했습니다. 다시는 풀코스를 달리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고통스런 다리로 절뚝거리며 달려서 결국 40km를 넘어섰습니다. 고통도 면역이 생기는 건지 이때쯤 되면 더 이상 발목과 무릎의 고통은 별로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이제 2km만 조금 더 가면 이 고통이 끝난다는 희망이란 진통제 때문일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달려서 결국 42.195km란 거리를 스스로의 힘으로 완주해 냈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멈춰버린 다리에는 종아리와 허벅지까지 모든 근육에 쥐가 났습니다. 그 고통 속에서도 저는 해냈다는 성취감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다들 마라톤이라고 하면 힘들다고만 생각합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제 권유에 대부분 질색을 하며 싫다고 합니다. 물론 마라톤은 힘듭니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10km를 달리는 것도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그것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더 거대합니다.

  저는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지치지 않는 체력과 강인한 정신력을 길렀습니다. 또한 어떠한 어려운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도전하는 용기를 배웠습니다. 마라톤을 하는 동안 저체중이던 몸은 점점 근육이 붙어 지금은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마라톤을 통해 소극적이던 성격을 고칠 수가 있었습니다. 마르고 왜소해서 자신감이 없던 소년은 이제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긍정적인 청년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더 나은 모습의 자신을 원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다 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변화를 원하고, 변화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에게만 기회를 줍니다. 마라톤은 힘들지만 용기를 가진 자에게는 변화의 기회를 줍니다. 준비가 되었다면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서 달리세요. 더 나은 미래의 자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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