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사회부적응자에다가 불쾌하고 남에게 구걸이나 하는 거지 아냐?’. 필자는 제 3자의 차갑고 무관심한 눈길을 가지고 노숙인들에 대해 무작정 불편함을 느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런 필자가 ‘빅이슈(The Big Issue)’를 알고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유명한 잡지인 빅이슈. 빅이슈는 유명인사가 무료로 표지 모델을 하고 유명 작가가 무료로 글을 기고해서 완성된다. 이 잡지는 자립할 의지가 있는 노숙인들이 판매자 교육을 거쳐 판매자로서 일을 해 경제적인 자립을 돕는 것을 목표로 창간됐다. 이번 설연휴 즈음에 한국에서도 빅이슈의 창간준비호가 나왔다. 거기엔 노숙인 박영수 씨의 글 ‘우리는 같은 인간이랍니다’가 실려 있었다. 영어학원 강사로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일하다가 어느 사정에 의해 노숙인이 되었고 시민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글이었다. 노숙인들 중 상당수는 열심히 살아가려 애를 썼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거리에 나온 우리 이웃이었다는 생각에 그들에 대한 편견은 눈 녹듯 사라졌다.


  빅이슈 한국판 창간준비 모임 사람들과 함께 빅이슈 한국판 창간준비호 거리 배포에 나선 필자는 의외로 노숙인들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추운 겨울에 한복을 입고 잡지를 들고 홍보를 하는 우리가 신기해서 눈길을 준 시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먼저 다가와서 “이 잡지를 노숙인이 판매한다구요?”, “그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나요?” 등의 질문을 하며 빅이슈의 취지에 공감을 하며 빅이슈를 받아간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빅이슈의 시스템이 노숙인에 대해 냉담했던 필자뿐만 아니라 다른 시민들에게도 공감을 얻어낸 것이다. 이렇게 빅이슈는 한국에 그 첫발을 내딛었다.


  빅이슈가 물론 노숙인들의 자활에 절대적인 열쇠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빅이슈는 이렇게나마 노숙인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판매자와 소비자의 관계에서 일반 시민과 동등한 눈높이가 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 잡지에 전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재능을 거리낌 없이 기부를 하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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