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그럴 듯하고 실속이 없는 것을 비유하는 ‘속 빈 강정’이란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아무리 제목이 좋아도 내용이 부족하면 안 한 것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최근 우리학교가 이런 선조들의 표현을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립대 통합 정책은 효율적인 통폐합을 통해 그 규모를 줄여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우리학교는 밀양대와 통합 논의를 진행했는데, 밀양대학교와의 통합은 2005년 3월 양 측이 통합합의각서를 체결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결과적으로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평가한 전국 대학 통폐합·재배치 평가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선정돼 상당한 지원금과 함께 각종 사업 선정에서 수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합 이후의 조치들이 전형적인 ‘속 빈 강정’의 모습을 보였다. 통합 이후 얼마간 기존 밀양대생들과 우리학교 신입생들이 같은 건물에서 생활해야 했는데, 대체 공간이 부족해 강의실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공간도 없었다. 또, 매점이나 식당 등 편의시설들이 부산캠퍼스처럼 많이 제공되지 않아 학생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밀양캠퍼스 학생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도 극에 달했다. 한 학생은 “내가 부산대학교 학생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이는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그 이면을 보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밀양캠퍼스 통학버스도 처음 운행된 이후부터 계속해서 학생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를 싣고 다녔다. 운행하는 버스 수가 적어 출발시간에 조금만 늦게 가도 버스에 타지 못하는가 하면, 자리에 앉지 못하면 캠퍼스에 도착할 때까지 꼼짝없이 서서 가야했다. 심지어는 고속도로 정원 규정을 맞추기 위해 톨게이트에서 학생들을 내리게 하고 다음 차를 기다려 타고 오라고 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불편사항들을 개선하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어디로 갔는지 실질적인 개선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이번 학기부터는 밀양캠퍼스 통학버스가 하루에 한 대, 부산캠퍼스만 왕복하도록 축소됐다. 게다가 학생들에게는 이 같은 조치를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서 개강을 며칠 앞두고 사실을 안 학생들이 많았다. 많은 밀양캠퍼스 학생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항의했고 언론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며칠 전 신문고 게시판에는 오래 전에 우리 학교를 졸업하고 아들을 밀양캠퍼스에 있는 학과에 입학시킨 학부모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의 가족이 부산대 동문이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었다는 그 분은 이제 아들을 재수시켜 다른 수도권 대학으로 보내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기존 학생들을 배려하는 정책이 있고 나서 우수신입생 유치에 힘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결국 한 집안의 애교(愛校)심에 상처를 주고 만 것이다.

  양적으로 발전하는 외형적인 성장이 가시적으로 성과가 커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한 번 우리 내부를 돌아볼 때가 된 것이다. 이제 속 빈 강정에 속을 채워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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