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버라이어티 정신!

  2006년 여름 하인스 워드가 한국사회에 ‘다문화가정’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몰고 왔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기자에게 그는 한사람의 한국계 미국인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 2월 아시아공동체학교에서 미래의 ‘하인스 워드’들을 만나면서 4년 전 대한민국을 찾았던 그가 미국사회에서 차별의 시선이 가장 싫었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아시아공동체학교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이다. 이 학교에는 한국의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한국사회에서 받는 차별의 시선에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이 곳에서 꿈을 키우고 있다. 러시아, 중국, 필리핀, 네팔 등 출신과 외모는 각각 다양하지만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모습이나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친구와 장난치는 등 여느 한국의 초등학교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소중한 꿈을 갖고 있었다.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아이도 있었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마술사가 되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기자는 아이들의 희망을 듣고 난 후 우리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돌아보게 됐다. ‘피부색만 보고 아이들에게 그들의 꿈을 펼칠 기회조차 빼앗지 않았나’하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아시아공동체학교 박효석 상임이사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자산”이라며 “그들은 부모로부터 여러 가지 언어를 배울 수 있고, 여러 문화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 땅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주변인에 머물렀던 그들. 이제는 그들을 주변인이 아닌 우리 이웃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UN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에서 다문화가정 문제에 개방적이지 못한 것은 역설적이지 않은가. 이제부터라도 다문화 사회로 나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대신 인종구분 없이 어울려 살아갈 줄 아는 열린 생각이 필요하다. 주말 버라이어티 쇼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외치는 버라이어티 정신. 이제 다양성을 인정해야하는 한국사회를 향해 버라이어티 정신을 외칠 차례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