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장화로 갈수록 좁아지는 생협 입지

  지난 해 12월 학내 식당과 매점, 자판기 등 복지사업을 맡아온 세종대 생활협동조합(생협)이 수익성을 앞세운 본부의 방침으로 퇴출 위기에 몰렸다. 학교 본부가 공개 입찰을 통해 학내 복지사업을 외부 대기업에 위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세종대 본부는 “외부 업체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수억원대의 발전기금을 내겠다는 의향을 밝혀 공개 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생협도 공개 입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설립 당시 400여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세종대 생협은 현재 조합원 3000여명에 연 40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고, 40여명의 정규직과 아르바이트 자리 60여개를 제공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렇듯 학내 활발히 운영되던 세종대 생협이 위기를 맞자 학내·외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일부 세종대 학생들은 ‘복지사업 매각반대 학생대책위’를 꾸려 서명운동을 벌이고, 소속 학생들이 총장실을 항의방문하기에 이르렀다. 대책위 학생들은 “누가 봐도 대기업에 유리한 입찰”이라며 “생협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상황에서 본부가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복지사업을 대기업에 넘기려고 한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세종대 외부에서도 전국 22개 대학 생협들이 ‘세종대 생협과 함께하는 대학생협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에 나섰다. 전국 60여개 생협들로 구성된 생협전국연합회도 세종대 본부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많은 언론들도 세종대 생협 사태를 보도했다.   
 

 이러한 노력들로 외부업체 입찰이 연기되고 있지만 사태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본부 측은 지난 달 26일, 생협에 ‘3월 5일까지 자구책을 마련해 보내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세종대 생협 기획관리팀 남진상 씨는 “본부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모를뿐더러 자구책을 마련할 상황도 아니다”며 “‘소통을 통해 함께 대안을 만들어가자’는 원칙적 입장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최근 각 대학은 수익을 다각화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에 비해 ‘돈이 덜 되는’ 생협은 퇴출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다. 대학생협특별위원회 조직교육팀 이미옥 과장은 “대학의 시장화 추세에서 생협의 가치가 계속해서 위협받고 있으며 제 2의 세종대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국립대 법인화가 시행되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정부 지원이 줄기 때문에 각 대학들이 자체 수익사업 유치에 혈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옥 과장은 “대학 내 복지시설들은 학교의 교육을 뒷받침해야한다”며 “소통, 나눔의 가치를 지닌 생협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학내 구성원들이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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