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아내의 유혹’ 방영 이후 각 방송사에서는 시청률 확보를 위해 막장드라마를 계속해서 쏟아 내고 있다. 얽히고설킨 인물관계, 무리한 상황설정, 자극적인 장면 등으로 전개되는 막장드라마. 막장드라마 유행 불씨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신윤경 씨에게 막장드라마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원래 막장이라는 말은 ‘갱도의 막다른 곳’ 이란 뜻으로 광부들이 석탄을 캐러 갈 때의 채벽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단어의 본래의 뜻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요즘 갈 때까지 간, 흔히 상식 밖을 벗어나는 일들을 볼 때 막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언제부터 ‘막장’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이 쓰이기 시작했을까? 지난 2008년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아내의 유혹’이다. 이 드라마는 일일드라마로 높은 시청률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막장드라마’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킨 대표적 드라마다. 눈 밑에 점하나 찍었을 뿐인데 사람이 뒤바뀌는 정말 놀랍고도 신기했던 드라마 내용은 수많은 방송에서 개그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기도 했다. ‘아내의 유혹’을 시발점으로 그 이후에 쏟아져 나오는 많은 드라마들이 ‘막장’이란 타이틀을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시청률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각 방송사마다 서로 누가 더 기발하고 자극적인 소재들로 시청자들을 놀래키게 하는지 경쟁하고 있는 듯하다. 불륜은 이제 극중에서 없으면 이야기가 안 되는 소재로 자리 잡았고, 시댁시구들과의 갈등, 얽히고설킨 혈연관계도 모자라 이젠 형의 대리모였던 여자를 아내로 삼게 되는 이야기까지. 현실에서는 보기조차 힘든,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눈앞에 쉴 틈 없이 벌어진다.


  그러나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러한 막장드라마일수록 시청률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공감을 사지 못하는 스토리에 비록 욕은 하지만, 거기서 오는 짜릿함과 불편한 쾌감을 거부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현실에서 오는 어려움들을 잊고 TV를 보는 순간만이라도 대리만족을 통해 마음의 위안과 즐거움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단한 일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TV를 켰을 때, 그 순간만큼은 머리 아프지 않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수 있는 그런 훈훈한 드라마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힘든데, 드라마 속 주인공에게까지 욕을 쏟아 붓느라 더욱 힘이 빠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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