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2세를 위한 대안학교 아시아공동체학교를 가다

   
 

  국내의 다문화가정 2세를 위한 교육과정은 크게 공교육과 대안학교, 두 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2세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위한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희망을 키운다! 아시아공동체학교
 

  부산의 남구 문현동에 위치한 ‘아시아공동체학교’는 다문화가정 2세를 위한 국내 최초의 대안학교이다.
  지난 2006년 개교한 ‘아시아공동체학교’는 한국 아이와 다문화가정 2세의 아이가 함께 다니는 대안학교이다. 현재 폐교된 건물을 인수해 아이들의 아름다운 희망을 키워내는 따뜻한 공간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개교 당시에는 11명의 학생으로 운영을 시작한 학교는 현재 40명의 학생들이 이 곳에서 함께 공부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학교를 설립한 아시아공동체 학교 박효석 상임이사는 “학교를 처음 시작한 2006년에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전무해 어려움이 많았어요”라며 “풋볼스타 하인스 워드 방문 이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사람들의 인식이나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부족해요”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아시아공동체학교는 현재 학교설립인가가 나지 않아 학력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1·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오명옥 선생님은 “공교육에서 교육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적응하지 못해 이 곳에 오는 학생들도 많아요”라며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하루빨리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소망을 밝혔다.

아이들의 수업시간
 

   지난 5일, 3학년 아이들의 3교시 수업은 수학수업. 교실에는 칠판에 쓰인 아라비아 숫자를 한글로 읽어보는 수업이 한창이다. 모두 7명의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3학년 교실은 서로 장난을 치는 개구쟁이 아이들, 인상까지 써가며 문제를 푸는 아이들의 모습이 여느 교실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 3학년인 디말(가명)은 “모든 선생님들이 수업내용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셔서 재밌어요”라며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꿈을 말한다. 
 

  4교시는 6학년아이들이 저학년 아이들에게 학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6학년 아이들은 동생들의 손을 꼭 잡고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학교에 대해 설명해준다. 6학년인 용진(가명)이는 “식당에서 뛰어다니면 모서리에 부딪혀 꽝 다칠수도 있어”라며 동생들에게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
 

  또한 아시아공동체학교에서는 일반 기본 교과 과정과 함께 러시아어나 중국어와 같은 아이들의 어머니 나라말을 가르치는 언어교육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외국어 특성화 교육은 아시아공동체학교의 큰 장점 중 하나이다. 6학년인 정호(가명)는 “일반학교보다 외국어를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라며 학교에 장점에 대해 이야기 했다.
 
우리는 다 친구니까요 
 

  아시아공동체학교는 개교 당시, 다문화가정 2세와 한국학생의 비율을 7:3으로 정해놓기도 했다. 그러나 편견이나 차별 없이 친구가 되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인해 지금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매번 감동을 느낀다는 최효석 이사는 에피소드 한 가지를 이야기 해준다. “한번은 아이들에게 직접 식단(食單)을 만들어보라고 했는데 이슬람교권 친구를 위해 돼지고기를 빼고 식단을 짜더라”라며 “나라나 민족을 따지는 어른들과 달리 순수한 마음이 연결돼 있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내가 많은 것을 배워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의 목소리로 복도가 시끌벅적 하다. 남자아이들은 제기차기에 정신이 없고 여자아이들도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열심히 제기를 차던 성엽(가명)이는 “한 반에 친구들의 수는 적지만 다들 개성이 뚜렷해 톡톡 튀어요”라며 웃어 보인다. 용진(가명)이는 “이 곳은 외국아이들이라고 절대 놀리지 않아요”라며 “우리는 다 같은 친구니까요”라며 힘주어 말했다.

 

폐교를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다

  "자, 이제 칠판 옮깁시다. 허리 조심하시고 하나 둘 셋!”
 

  지난 달 12일, 설 연휴 직전임에도 아시아공동체학교에는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인다. 지난 달 대연동에서 2004년에 폐교된 구 배정초등학교 부지로 이전해 온 아시아공동체학교는 현재 막바지 공사를 끝내고 새 학기를 시작했다.
 

  아시아공동체 박효석 상임이사는 “처음 학교 부지를 봤을 때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 지 답답했죠”라고 털어놓는다. 그는 “유리창 한 장 성한 곳이 없었고 강당은 화재의 흔적이 그대로 있어 마치 공포영화 촬영장에 온 것 같았어요”라며 그 때를 회상한다. 과테말라 국적의 라우라(반송동, 29) 씨도 “학교 이전을 시작할 때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마치 귀신이 나올 것 같았다”며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손 댈 곳이 많아 일손 하나하나가 더욱 필요해요”라고 말한다.
 
80일간 이어진 희망 만들기
 
  학교 관계자들은 학교 이전 작업의 일등공신으로 순수 자원봉사자들인 ‘서포터즈’의 노력을 꼽는다.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아시아공동체학교 서포터즈’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80일간 학교 리모델링 작업을 도맡았다. 서포터즈의 최성민 대표는 친한 동생과 아시아공동체학교 이전 봉사활동을 갔다가 사람들과 함께 좋은 마음을 나누고 싶어 이 단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포털사이트에 클럽을 만들어 지금도 아시아공동체학교 홍보와 함께 지속적인 봉사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성민 씨는 “80일간 4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학교 리모델링을 도왔다”며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전국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고 말한다.
 

  이날 자원봉사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아이들의 꿈을 위해 힘을 보탰다. 박애진(전포동, 20) 씨는 “클럽에서 봉사활동 모집 글을 보고 친구와 함께 매주 자원봉사를 왔는데 하루하루 달라지는 학교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며 땀을 훔친다. 실제 다문화가정의 가장인 황윤석(광안동, 45) 씨는 “우리 집 아이를 이 학교에 보내볼까 해서 미리 학교도 살펴볼 겸 자원봉사를 왔다”며 “생각보다 시설이 노후도가 심해 힘들긴 했지만 이곳에서 공부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보람차다”고 말한다.
 

  아시아공동체학교에서 1학년과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오명옥(문현동, 39) 씨는 “폐교였던 학교가 아이들과 선생님,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거쳐 이만큼 왔다”며 “아이들이 이 학교에서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기대한다. 
 

  자원봉사가 끝난 뒤 자원봉사자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과 함께 다문화가정 2세들의 희망은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