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화학)교수

  우리 사회에서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대학과 교수일 것이다.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시스템은 그대로 답습한다. 교수도 한 직장에서 인사이동 없이 몇 십  년을 근무하니 있는 그대로가 더 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러한 우리 대학 사회에 근래에 가장 큰 변화는 원어로 전공분야를 강의하는 원어강의라고 생각한다. 원어강의라고 하지만 실상은 영어로 전공 분야를 강의하는 것이다. 인터넷 보급으로 인하여 이제 영어는 국제어라기보다는 세계어로 격상되었으며, 취직시험에 서류전형이라도 통과하려면 토익800점 정도는 받아야 하고 우리대학도 졸업기준에 토익점수가 들어간다. 이제 국제화 사회에서 이미 영어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가 되었다.


  원어강의에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전공자가 직접 강의를 하면 가장 좋겠지만 우리의 사회문화 수준에서 이들을 장기간 붙잡아두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차선책으로 영어권에서 공부를 한 사람을 활용하고 있는데 변화의 바람은 중앙의 큰 대학으로부터 불어오고 있다. 교수 채용에서부터 영어로 공개강의를 시키고 젊은 교수들에겐 무조건 원어강의를 강요하고 있으니 전공 강의에 영어 전공교수를 채용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원어강의는 이제 대중 매체를 통하여 학교의 위상을 결정하는 바로메타가 되었다.


  우리대학도 때늦은 감이 있지만 원어강의의 중요성을 인식한 학교본부가 학생, 교수, 학과 등에 온갖 인센티브를 제공해 가면서 약 3년 전부터 시작을 하였는데, 이제는 초기의 어려운 단계를 지나 꽤나 활성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신입생들은 고등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한 원어강의에 많은 흥미를 가지게 되고, 특히 국제화가 절실한 이공계 중심 학과에서는 국제화의 일환으로 많은 교수님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어강의가 국제화의 필수조건으로 점차 일상화되어 가고 있으며 학생들의 관심도 고조되는 마당에 학교본부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비교적 쉬운 영어를 전공어로 사용하는 이공계 분야에서만은 선택과목이나 혹은 학생 수가 많아서 분반을 해야 할 강좌에는 적어도 1개 정도의 분반만이라도 원어강의를 개설하여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방대학이지만 우리대학만이라도 사고와 행동의 폭을 넓혀 학생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사회에 진출하였을 때 정말로 필요한 것을 배웠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교육은 언제나 공급자보다는 수요자 중심에서 활성화 되어야 한다. 지방대학의 틀을 깨트릴 모멘트는 중앙에서 제공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 찾아가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원어강의는 큰 비용 없이도 학교의 위상과 영어에 대한 학생들의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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