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고 ‘역시 팀 버튼’이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찾아본 책이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 여기엔 1985년부터 20년 동안 실시된 팀 버튼과의 인터뷰가 수록돼 있다. 자신만의 세계가 확실한 팀 버튼의 생각을 이러한 인터뷰들을 통해 살짝 엿볼 수 있었다.


  팀은 한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에 고통을 많이 겪을수록 어른이 된 후의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인의 어린 시절이 그렇게 행복한 기억이 아니라고 한다.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부모님 사이에서 팀은 항상 외로움을 느끼고, 집 안에 갇혀 살았다고 한다. 이 때, 팀은 혼자서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이러한 감정들을 발산할 수 있는 창조적인 출구로 그림을 택했다. 이때부터 그의 영화 작업은 시작됐던 것 같다.


  그의 영화들은 내용적 측면보다는 시각적 측면의 예술성이 더 강조된다. 그의 굉장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꾸며낸 영화 속 세계들은 나에게 강한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그가 이렇게 영화 속에서 ‘잘’ 보여주기 때문에, 내용이 부실하다는 평이 늘 따랐다. 현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내러티브상의 부실함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계속된 문제제기에 대해, 팀 버튼 스스로도 자신이 시나리오 보는 눈이 없다고 인터뷰에서 대답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의 영화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들어있다. 주로 그 메시지는 인물 중심이다. 이 책에서 그는 그가 만든 영화 속 인물들이 그에게 가지는 의미 때문에 영화를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개성 있는 캐릭터에게 흥미를 느끼는 나로서는 입체적인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팀 버튼과 조니 뎁의 조합이 가능했던 것이다.


  미국 현대미술관에서 특별전을 열어 줄 정도로 그의 회화적 표현력은 뛰어나다. 어눌해 보이지만, 세상과 인간의 본질을 분석하고, 작품을 치밀하게 구성하는 그의 능력은 놀랍기만 하다.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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