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은 지역감정 조장 댓글들 잇따라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전라동 씨. 지난달 열렸던 프로농구 준결승경기를 인터넷을 통해 시청하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라도 연고팀의 승리로 끝나자 많은 부산 연고팀의 팬들이 상대팀 선수와 팬을 향해 ‘홍어냄새 때문에 졌다’, ‘전라디언 빨갱이 한테 졌다’ 등 지역감정을 내세운 댓글들이 달았다. 다음날 경기에서도 전라도 연고팀이 이기자 전라동 씨는 자신도 모르게 인터넷에 지역감정 섞인 발언들을 댓글에 남기고 있었다.

 

  전 씨의 사례처럼 요즘 들어 각종 포털사이트 댓글 토론방은 뚜렷한 주제도 의미도 없는 지역비하 및 지역감정을 토해내는 토론들이 계속되고 있다. 다음 아고라를 비롯해 디시인사이드 등 누리꾼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사이트에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내용들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김성훈(국어교육 1) 씨는 “정치는 물론 스포츠, 각종 사건사고에 네티즌들이 지역감적 섞인 글들을 남긴다”며 “댓글을 보고 있으면 그에 동조해 지역감정 발언들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지역감정이 담긴 댓글들은 과거 정치기사에서 집중적으로 많이 나타났다. 그러나 요즘 들어 정치 뿐 아니라 스포츠 경기와 각종 사건사고 기사 댓글에서도 지역감정들이 표출되고 있다. 예전부터 지역감정에 따른 정치적 갈등은 언제나 극복되지 않던 문제였다해도 지역감정의 영역이 넓어 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특히 프로스포츠 팀은 특정지역에 연고를 두면서 운영돼 스포츠 기사에는 지역감정을 대변하는 댓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실제로 지난 롯데와 기아전에서는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 때문에 심판의 오심이 잦자 누리꾼들이 상대팀 지역을 비꼬아 ‘홍어존’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지역감정을 조장하기도 했다. 고향이 광주인 ㅂ(일어일문 3) 씨는 “단순히 스포츠 게임을 즐기면 되는데 상대팀 지역을 비방하는 글들이 너무 많이 올라온다”며 “전라도를 비하하는 글을 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경상도를 비하하는 글을 쓴다”고 말했다.

 

  각종 사건사고 관련기사에도 지역감정 발언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특히 김길태 사건 때 지역감정 담긴 댓글이 올라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박상현(경제 2) 씨는 “김길태 관련 기사 댓글에 ‘부산은 강간도시’라는 지역감정 섞인 자극적인 글들이 올라왔다”며 “요즘의 댓글 문화가 도를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전자정부론·정보화정책이 전공분야인 정명주(행정) 교수는 “온라인 상이기 때문에 익명이 보장돼 내재된 지역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이라며 “원래 가지고 있던 지역감정들을 거리낌 없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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