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글로벌 자본과 대기업에 가장 효율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되어 내 이마에 바코드를 새긴다.” 얼마 전 고려대를 자퇴하며 대자보를 붙인 김예슬 양의 말이다. 풍물패 연습 공간 문제를 취재하면서 김예슬 양의 대자보가 떠올랐다. 취업동아리에만 투자하고 학생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학교 정책들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문창회관은 학생들의 꿈과 열정이 묻어있는 장소였다. 학교에서는 그 건물의 꼭대기를 취업동아리를 위한 스터디 공간을 만들었다. 문창회관 4층 대회의실이 없어지자 그곳에서 연습하던 학교 문예패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갈 곳 없는 문예패들은 연습을 못하고 있고 일부 풍물패들은 대운동장 밑 공터와 문창회관 4층 여자휴게실에서 힘들게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단대 풍물패 연합 회장의 “우리도 학생이다”라는 말이 머릿속에 남는다. 학교에서는 취업동아리를 위한 투자는 계속 늘여가지만 그 외의 동아리에는 인색하다. 문창회관 4층 스터디 공간은 일부 취업동아리에게만 개방되고 있다. 이왕에 공부할 공간을 만들었으면 모든 학생들에게 기회를 줘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학교에서는 시장가치가 없는 부품은 가차 없이 버리는 자본주의 시장을 학생들에게 톡톡히 가르쳐주고 있다.

 

  학교 측의 스터디 공간 조성은 문창회관 뿐 아니라 사회대에서도 문제가 됐다. 기존학회실을 통합해 취업지원센터를 만들어 사회대 일부 과는 독립된 학회실이 없다. 선후배들이 모여 많은 얘기들을 나누며 밤을 지샜던 학회실의 모습은 이제 다시 볼 수가 없다.

 

  풍물패 연습 공간, 사회대 취업지원센터를 취재하면서 내가 느꼈던 것은 학교는 ‘학(學)’생 만들기에 집중해 학‘생(生)’은 외면하고 있는 사실이였다. 학교에서 공부하지 말고 놀자는 얘기가 아니다. 공부에 열중하다가도 가끔은 한숨 돌릴 수 있는 곳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학교의 계속되는 효율적인 부품 만들기로 우리 학교에도 제 2, 제3의 김예슬 양이 나오지는 않을까. 우리는 ‘학(學)’생이기 전에 학‘생(生)’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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