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을 잘 개발하고 홍보하면 지역경제가 살아난다고 하면 십 수 년 전에는 이를 수긍하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 한류스타 배용준이 주연한 ‘겨울연가’의 촬영지인 춘천은 이곳을 찾아오는 일본인 및 동남아 관광객들이 남기고 가는 외화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삼척사는 동자도 다 잘 알고 있다. 또한 그가 펴낸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을 본 일본인들이 한국의 관광생태가 살아있는 자연을 방문했다. 그동안 지출한 비용효과가 항공료, 체류비 등을 포함 직·간접적으로 3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이제 아름다운 생태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친환경 산업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자연생태의 가치를 적절히 살려 외부에 잘 알려준다면 미래지향적 고부가가치의 관광산업을 일궈 낼 수 있는 것이다.


  지역축제로 성공한 생태관광의 선두주자는 단연코 ‘함평나비축제’를 손꼽을 수 있다. 이석형 전 함평군수의 피끓는 애향심이 논·밭농사 외에는 수입원이 없었던 일개 작은  군을 한국의 간판격 Eco-city로 부각시켰고 곤충엑스포를 개최하는 등 세계 속의 함평으로 거듭나고자 날개를 펼치고 있는 곳이다. 이제까지 11회에 걸쳐 개최되었으며 축제 기간 동안 150만 명이 이곳을 찾아들었고 기념품 판매 등을 포함, 해마다 약 100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 외 반딧불 축제로 이름이 굳혀져 가는 전북 무주를 위시해서 매년 꽃 축제를 벌여 많은 인파로 꽃피우는 진해시·고양시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생태관광축제장이 되었다.


  이보다는 시기적으로 한참 늦게 등장하였지만 건강한 생태 명소로 세인들에게 갑자기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 바로 제주 ‘올레길’이다. 제주가 고향인 언론인 출신 서명숙씨가 귀향하여 어릴 적 꿈을 뒤늦게 현실로 승화시킨 이 길은 놀라운 생태작품이다. 올레라는 말은 길거리에서 집 대문까지를 이어주는 작은 골목길이란 뜻을 가진 제주 탯말(토착어)이다. 문을 뜻하는 순우리말 ‘오래’가 세월이 흐르면서 제주에서 ‘올레’로 변한 것이라 추정되고 있다. 이제 제주 올레길은 유명세를 타고 전국에서 수 만 명의 생태탐방객이 몰려들고 차츰 일본 등 해외까지 그 명성이 알려지고 있다. 오래 전에 없어진 길은 새로 만들고 이어서 앞으로 제주 전역을 거미줄처럼 총망라하는 생태통로길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올레길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걷노라면 사시사철 바뀌어 피고 지는 온갖 야생화를 만나고 바다와 산을 무시로 오가는 새들의 날개짓에 시름을 달래며, 산골짝을 얼씬거리는 노루 엉덩이의 풍만함을 눈으로 똑똑히 체험할 수 있다. 바다 올레길을 가노라면 해녀들이 갓 따온 전복·해삼 등 싱싱한 해산물들을 즉석에서 맛보는 행복감에 목젖이 자지러질 게 뻔하다. 앞으로 제주 올레의 브랜드 가치는 천정을 모르게 뛸 것이다. 마침 모 통신사의 올래 브랜드가 제주 올레가 한창 뜨기 시작할 때 나타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라고 본다. 이제는 제주 올레길의 성공신화에 힘입어 전국 각 지자체별로 각양각색의 생태길을 조성하는 데 부산을 떨고 있다. 이를 모방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역별 새로운 생태기행 패러다임의 발상이라고 필자는 쌍수를 들어 환영해주고 있다.


  이제 꼭 제주 올레길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여기 부산·경남을 대표하는 부산대 5개 캠퍼스를 축으로 한 생태탐방길 한 줄 만들어 보았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즉, 대학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재학생, 동문과 그 가족, 그리고 부대를 아끼는 일반국민들이 즐겨 찾는 생태길. 이름하여 ‘부대길(釜大길. 富大吉)’을 만들어 세파에 부대낄 사람들을 어루만져주는 남부지방의 명소가 되어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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