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플, 웃긴 댓글, 베플공략 등 바뀌어가는 댓글 문화

  1994년 인터넷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이후 무차별적으로 남을 비방하는 악플(악성댓글)이 댓글문화의 주류로 자리를 잡아 왔다. 유명 연예인을 자살로 이끌어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것이 악플이다. 조은솔(물리 1) 씨는 “친구들이 제 게시물에 비방하는 글을 썼는데 몹시 불쾌했어요”라고 악플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피해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악플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누리꾼들이 많다. 이동현(미생물 3) 씨는 “단순히 남을 공격만 하려는 악플을 쓰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이 댓글문화가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다. 남을 무작정 비방하는 데에 반해 건전한 통신 언어문화를 정착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상대를 존중하고 격려하는 댓글 문화를 확산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선플달기운동본부’ 소속 선플누리단 박재근(용인 양지초) 지도교사는 “온라인상의 심각한 언어폭력을 지양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정립할 수 있는 문화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악플의 자리를 대신하는 웃긴 댓글(웃음을 자아내는 댓글)은 누리꾼들의 많은 추천수와 공감을 얻고 있다. 웃긴 댓글로 4번이나 베플(베스트 댓글)이 된 적이 있다는 김무성(관광컨벤션 2) 씨는 “한 사건에 대해 희화화했던 댓글에 많은 누리꾼들이 공감했어요”라고 경험을 털어놨다. 이런 새로운 댓글 문화에 대해 김헌식(예술문화영상) 강사는 “인터넷을 진지함에서 벗어난 일종의 유희공간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그 가운데 해학이나 풍자적인 메시지가 담긴 놀이문화”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댓글문화도 있다. ‘내가 베플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와 같은 공약을 제시하는 댓글이 그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한 누리꾼이 “내가 베플이 되면 도쿄도청에 가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1인 시위를 하겠다”고 말한 후 베플이 되자 실제로 그 약속을 이행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 이런 문화가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베플이 된다면 성전환 수술을 하겠다’와 같이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장난성 베플공약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지현(분자생물 1) 씨는 ”자신이 내건 약속을 지킨다면 이런 문화가 활성화 되는 것이 좋아요”라며 “하지만 종종 억지스러운 공약도 보이는 것도 사실이에요”라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송경재 학술연구교수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자율적인 공약들이 인터넷 상에서 제시되고 있다”며 “무리한 공약이 남발된다면 인터넷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조심스레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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