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박효원 씨. 낮에는 학과사무실에서 조교로 일하고 밤에는 고등학생 과외를 하고 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집안 어른들은 명절 때마다 빨리 손자를 보고 싶다고 난리다.


  그렇다고 결혼할 여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는 만난 지 올해로 5년이 넘는다. 하지만 효원 씨는 여자친구에게 선뜻 결혼하자는 말을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여자친구가 아내로서 자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스스로 그의 처지를 보고 체념하게 된다.


  한 달에 100만원을 갓 넘는 소득으로 생활비, 월세, 휴대전화 요금, 차비 등을 빼면 혼자 생활하기도 빠듯하다. 그런 그에게 결혼은 사치다. 만약 여자친구가 전세방 하나 구할 수 없는 자신과 결혼하면 평생 고생만 할 것 같다. 설령 결혼을 하더라도 덜컥 아기라도 생긴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레 결혼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


  물론 그도 20대 초반에는 결혼생활에 대한 꿈이 있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반겨주는 아내,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자식들. 이렇게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하나의 목표이자 꿈이었지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 그 꿈은 저 멀리 있을 뿐이다. 요즘 아무리 초식남이 대세라고 하지만 그는 자신이 원해서 초식남이 된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강제로 초식남 대열에 끼게 됐다.


  인터넷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결혼 소식이 들려온다. 유명한 영화배우는 서울에 수십억짜리 집을 신혼집으로 장만했다고 한다. 또 어떤 가수는 해외에서 호화 결혼식을 한단다. 그들에 비해 효원 씨는 한없이 작아진다. 그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바라보며 긴 한숨과 함께 애꿎은 담배만 피워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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