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로 진심 담아 나누는 가족의 정

|기자체험기|
① 부모님에게 문자메시지 보내기
② 느리게 살기

  도서관에서 과제를 하던 초록 씨는 어머니에게 ‘언제 오노?’라는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메시지창에 ‘몰라’라고 두 글자만 퉁명스럽게 찍어 보낸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면 밤 12시. 가족들은 모두 잠이 들었다. 아침에는 각자 외출 준비로 바빠 얼굴 마주하기도 힘들다. 곽문정(정치외교 4) 씨는 “공부하다 집에 들어가면 시간이 늦어 얘기 나눌 시간이 아예 없어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함께 마주보고 대화할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면 접근하기 쉬운 다른 방법으로 소통을 할 수는 없을까? 휴대전화를 꺼내들자. 엄지손가락만으로도 부모님에게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간단하게 전달할 수 있다. 본지 기자가 직접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문자메시지 보내기’를 5일에 걸쳐 시도했다.
 

  첫날, ‘엄마 오늘은 날씨가 좋네. 같이 등산가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썼지만 왠지 부끄러워 전송 버튼을 누르기 어렵다. 그러는 사이 어머니에게서 ‘오늘은 언제오니?’라는 문자메시지가 온다. 결국 원래 보내려던 내용은 지우고 ‘열시 안에 들어가’라는 답장만 보내고 만다.
 

  다음 날, 아버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본다. 간밤에 ‘빨리 들어오라’고 당부하시던 아버지 말씀이 떠올라 ‘이제부터는 빨리 들어갈게요. 걱정하게 해서 죄송해요’라는 메시지를 작성한다. 그러자 바로 아버지에게서 “무슨 일 있냐? 새삼스런 문자메시지 때문에 놀랐다”며 부리나케 전화가 온다. 딸이 모처럼 보낸 친근한 문자메시지가 어색할 만큼 가족 간 친밀한 대화가 부족했다는 사실이 절로 느껴진다.
 

  체험 중 만난 대다수의 학생들 역시 기자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부담을 토로했다. 박성훈(식품영양 2) 씨는 “부모님에게는 용건이 있을 때에만 연락하는 편이라 사랑 표현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부끄러워요”라고 말했다.
 

  꾸준히 횟수를 늘리다보니 처음보다 문자메시지 보내기가 수월하다. 내용도 조금 더 친밀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오늘 수업에서 멋있는 남학생을 봤는데 여자 친구가 있더라ㅜㅜ’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어머니가 ‘공부나 하시지ㅋㅋㅋ’라며 답장을 보낸다. 젊은이들만 쓰는 줄 알았던 ‘ㅋㅋㅋ’표현을 보고 ‘이런 것도 아셨나?’라는 생각과 함께 어머니의 젊은 감각에 또 한번 놀란다.
 

  체험 4일째에는 아버지에게서 먼저 ‘밥은 먹엇나? 아바는 맛잇게 먹었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문자메시지 사용법에 익숙치 않아 ‘오타’투성이지만 아버지와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리고 체험 마지막 날, ‘지금은 신문 마감 중, 힘들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우리 딸 사랑한다. 힘들지? 청춘은 힘드러서 빛이 난다’라는 답장이 온다.   
  

   많은 학생들이 시간이 없어 대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마음을 여는 대화는 꼭 시간을 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김득성(아동가족) 교수는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깝고 시간이 많다고 해서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며 “진심의 한 마디를 자주 표현한다면 부모들이 굉장히 행복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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