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암 연구 역사의 새로운 밀레니엄을 여는 해다. 전 세계 암 연구의 중심에 서 있는 미국암연구학회(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가 1907년에 창립된 후 101회 총회를 4월 17일에서 21일까지 워싱턴DC에서 개최했다. 암은 근래 우리 주변에 더욱 많아져 평균 4명 중 한명이 평생에 한번 암에 걸린다. 한국인 사망원인의 1위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이런 암이 최근에 갑자기 많아진 것은 아니다. 3천 년 전 이집트 파피루스에 암(종양)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었고, 우리나라의 왕조실록에도 왕들이 암에 걸렸거나 암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암이 더욱 많게 보이는 것은 평균 수명의 증가가 결정적인 요인이다. 110년 전인 1900년의 한국인 평균 수명은 40세 전후였다. 정확한 통계가 없기에 조선의 역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46세였고, 1900년의 미국인 평균 수명이 47세임을 미루어서 짐작하면 충분히 그랬을 것 같다. 그런데 현재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거의 80세이니 연령 증가와 더불어 다발하는 암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오래 살수록 발암물질에 많이 노출되고, 자연돌연변이 발생확률이 높고, 체내 DNA 손상 복구시스템의 기능이 약화되어 정상세포가 암세포화될 가능성이 더욱 많다. 그리고 오래 살수록 면역 기능이 약화되어 암세포를 찾아 파괴시키는 기능도 약해져서 암세포가 있어도 감히 죽이지도 못할 것이다. 체내 정상세포의 수가 60조개가 넘고, 세포 종류만 200여종이다 보니 암의 종류도 수백 종이 된다. 1948년 최초의 항암제가 개발되어 소아성 백혈병 치료에 시도된 이래 수백 종의 항암제가 암 치료에 활용되고 있지만 암을 완치하지 못한다.


  인간이 선하냐 악하냐 하는 물음에는 인간 내면에 죄(罪)가 내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도 태생적으로 완벽하다기보다 발생 과정에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근원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이 세상이 절대 낙원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잘못된 세포로 인해 발생하는 암세포 때문에 우리 몸은 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비록 암 치료가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암이 다시 발생하기에 절대 암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없다.


  매년 4월이면 전 세계의 암연구자 2만여 명이 미국암연구학회 총회에서 최신 암 연구 결과와 새로운 항암제들을 소개하고 있고, 지난 60여 년 동안 암 치료율 및 조기 진단율의 획기적 증가로 인해 어느 정도 암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지만 갈수록 증가하는 발암물질, 대기환경 악화와 좋지 못한 식생활 습관으로 인해 암 발생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 같기에 암과의 전쟁에서 승산은 없어 보인다.


  다만 과거보다 암의 발생 기전을 더욱 잘 알 수 있게 되어,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처럼 암과의 싸움에서 더욱 유리해 진 것은 사실이다. 20여 년 동안 암 연구를 하면서 얻은 위안이라면 남들보다 조금은 암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기에 어느 정도 암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은 같은 믿음을 얻은 것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