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섭(법학과 교수)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수많은 법령과 규정의 적용을 받고 있다. 법을 제정할 때에는 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이를 제한적으로 적용하여야 할 경우에 대비하여 그 예외 규정을 두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예외 규정을 적용할 때에는 원칙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원칙 규정에 너무나 많은 예외가 인정됨으로써, 그 규정의 취지는 퇴색하여 그 실효성을 상실하게 된다. 그런데 모든 법 규정에 반드시 예외 규정이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예외가 미리 정하여져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예외적 적용을 함부로 인정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포함한 우리 사회에서는 법의 예외적 적용을 확대해 줄 것을 주장하거나 예외적 적용이 인정될 수 없는 경우에도 흔히 ‘예외가 없는 원칙은 없다’는 말로써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하거나 법 위반의 책임을 벗어나려 애쓰는 예를 자주 보게 된다. 원칙의 엄격한 적용을 말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융통성이 없다거나, 꽉 막힌 사람이다거나,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등의 비난을 돌린다. 그 대신 예외를 많이 인정해 주는 사람이 오히려 일을 잘 처리하며 임기응변이 능한 온정적인 사람으로 칭송되기도 하고, 원칙만을 고집하고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때와 장소,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공정하게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이를 관철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대단한 신념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법 규범을 적용할 때에 예외를 과도하게 허용하다 보면, ‘꼬리가 머리를 흔들다’는 말처럼 원칙이 예외에 휘둘려 그 원칙의 규범성은 이미 사라지게 된다. 이는 예외가 원칙이 되는 꼴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원칙을 주장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예외나 변칙을 능란하게 사용하는 것은 비상 상황에서 요구되는 하나의 생존 전략일지는 몰라도 건전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 요구되는 필수조건은 아니다. 사회생활을 배우고 준비하는 대학생활에서, 학생들은 예외를 적용받으려 애쓰지 말고 원칙에 충실한 원칙론자, 완벽주의자가 될 것을 권한다. 원칙을 고집하는 것이 불편하고 힘든 일이라고 할지라도, 젊었을 때에는 원칙을 준수하는 모범적인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고 이를 몸에 배게 해야 한다.


예외만을 바라고 주장하던 사람이 갑자기 원칙대로 일처리를 하려고 하면 이에 대한 저항이나 반발이 만만치 않지만, 언제나 원칙에 따라 일처리를 해 온 사람에게는 누구든지 함부로 자신만을 특별히 취급해 줄 것을 바라거나 부정한 일을 청탁하지 못한다. 입시에서든 취업에서든 취업 후의 사회생활에서든 결국 원칙이 승리한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칙론적 생활 자세는 오늘날 더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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