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숙 보육종합센터

  “열무 사세요, 열무 사가세요, 한 단에 3천원입니다” 어린이들이 목청을 돋워 외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보육종합센터 내 부산대학교 부설 어린이집 아이들의 함성이었다.


  며칠 전 오후, 보육종합센터 앞마당에서 어린이집 아이들이 작은 상 위에 열무를 올려놓고 큰 소리로 외치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열무를 팔고 있었다. 내가 마당으로 갔을 때는 거의 다 팔고 몇 단 남지 않은 상태였다. 나도 열무 한 단을 주문하고 5천원을 주면서 “거스름돈 주세요”라고 하니 돈 계산이 안 되는지 조금 머뭇거리다가 고사리 손으로 2천원을 나에게 주었다.


  “열무를 왜 팔아요. 돈은 어디에 쓸 거예요?”라고 물었더니 “우리가 텃밭에 열무를 직접 길렀고요, 돈은 모아서 장난감도 사고, 크레파스도 사요”라고 신나게 이야기 한다. 이른 봄 어린이집 텃밭에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채소를 심고, 물도 주고, 길러서 수확한 것을 아이들의 할머니들이 오전 내내 다듬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다. 이것은 교사들과 아이들이 직접 재배한 것을 판매하도록 해 노동의 기쁨과 생태적 체험, 경제개념을 알게 하는 현장 교육이다. 3천원이 얼마만큼 큰 돈인지 알기나 할까?


  부산대학교 부설 어린이집 원장님께서는 지금 어린이들은 자연과 놀이와 아이다움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래서 각종 질병과 아이들의 마음, 영혼이 병들어 가는 징후를 곳곳에서 발견한다고 하셨다. 아이들의 잃어버린 자연, 놀이, 아이다움을 되찾아주고 깨끗한 유기농 먹을거리를 먹여서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생태 유아교육을 실천하는 곳이 바로 이곳 우리학교 부설 어린이집이라고 생각한다.


  신명나는 어린이는 개성과 창조력을 지니면서 흥겨움과 멋이 흘러넘치는 가운데 남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아이를 어렸을 때부터 교육해, 다가오는 21세기를 살맛나는 세상으로 인식하고 개척해 나가는 무한한 잠재능력을 지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산대학교 부설 어린이집에 ‘신명나는 아이들’이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 또한 신명나는 나의 일터가 보람 있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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