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로 인해 국가적인 추모분위기로 방송 3사에서는 자체적으로 예능프로그램들을 편성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부터 시작된 추모기간 예능방송결방. 추모를 위한 방송국의 타당한 편성인가. 국민의 시청권을 침해한 방송국의 횡포인가. 박범근 씨에게 예능방송 장기결방에 대해 들어보았다.

 

  ‘천안함’ 사태로 인하여 방송3사들의 예능프로그램들이 근 한 달 동안 결방 되었다. 지금은 파업 중인 MBC를 제외하고 나머지 방송사들의 예능프로그램들이 정상적으로 방영되고 있지만 4월 한 달 내내 결방문제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천안함 희생자들을 추모하지 않는 국민들은 없지만 이 추모를 단순히 예능프로그램의 결방으로 귀결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순수하게 ‘웃음’ 의 측면에서 보자면 예능프로그램이든, 코미디 영화든 차이는 없다. 개그콘서트의 웃음이 저급한 웃음이고, 토크쇼 프로그램의 웃음이 고급화 된 웃음일 수는 없는 것이다. ‘웃음’ 은 개그맨들과 연예인들이 창작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사회가 쏟아내는 모든 사건과 가치가 ‘웃음’의 코드가 되는 것이다. 즉,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은 추모의 의미를 희석시킬 만큼 몰상식하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국가적인 추모, 애도 기간에 예능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방영 되어도 되는 것일까? 자기 자신이 슬프고, 애도하는 기간과 정도를 국가에서 정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슬픔’과 ‘애도’에도 개인적인 차원이 있고, 사회적인 차원이 있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때와 천안함 사태에 관해서 국가적으로 추모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그 슬픔과 애도가 단순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즉, 예능프로그램의 결방문제에 잡음이 이는 것은 단순히 결방을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슈가 된 것은 공중파의 전파는 공공재이며, 공공재를 이용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되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애도 정서와 그 공공재를 이용하는 예능프로그램의 결방 기간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적인 애도가 필요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예능프로그램 결방여부는 그 사회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방송사에 달려있다. 이건 우리네 사회적 정서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가의 개념이고, 이것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프로그램 결방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도 있고 지금처럼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능력 있는 제작자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서 사회를 바른 눈으로 살필 수 있는 통찰력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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