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과 접목되는 문화 분야는 무척 다양하여 영화. 가요. 미술. 연극 등 공연뿐만 아니라 시. 소설. 수필. 동화 등 거의 모든 장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문학은 생태를 아우르는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서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작가들이 주옥같은 생명의 글을 남겼으며 자연생태적인 글이야말로 독자들의 서정적 감성을 일깨워주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여 왔다. 우리가 공부한 김소월의 ‘진달래꽃’, 서정주의 ‘국화 앞에서’, 이육사의 ‘청포도’, 김춘수의 ‘꽃’ 등은 성인 국민 누구나 한번쯤은 낭송을 해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인구에 회자되는 아름다운 생태 서정시다. 생태적인 시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서적 안정을 주며 두뇌 피로를 푸는 데 더할 나위 없는 보약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자연생태를 제대로 알고 올바른 표현과 그를 바탕으로 한 응용적 서술을 하면 살아있는 글이 되지만 잘못 또는 어설프게 알고 대충 쓰다보면 겉으로는 화려하고 번지르르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 이상한 글이 되고 만다. 언뜻 맞는 말 같으면서도 생태적 관점으로 따져보면 모순된 표현을 다양한 문화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지면 관계상 여기서 한 가지만 소개해 보자.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처럼’ 이는 오래 전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아직도 노래방 메뉴 한 쪽에 씩씩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대중가요 ‘립스틱 짙게 바르고’ 가사의 한 꼭지다. 직유법으로 표현한 시 구절과 같은 이 노래. 과연 어디가 생태적으로 이상할까?


  나팔꽃은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부지런히 피어나서 이른 낮 시간에 황급히 시들어 버리고 저녁까지 가지 못한다. 화단 주위에서 흔히 피고 지는 이 나팔꽃을 제대로 보았다면 당연히 가사 내용도 달랐을 터. ‘낮에는 지고 마는’으로 말이다. 그러면 짧은 사랑이 더 강조가 되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사랑을 비유하는 데 나팔꽃이라는 대상을 선택한 것은 탁월했지만 작가가 한 번 더 이 꽃의 생태를 관조했더라면 옥에 티가 없어 좋았을 것이다.


  문화의 세계에서도 생태를 제대로 알면 알수록 생명력이 넘치는 살아있는 작품이 나온다. 물론 문학가나 예술가들이 모두 생태를 잘 아는 학자가 될 수 없고 생태를 전공하는 이들이라고 해서 문학가의 소질을 가진 것이 아니다. 다만 생태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소재일수록 전문서적이나 주위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오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른들은 오류로 인한 영향이 미미하지만 감수성이 민감한 어린이들은 한번 입력한 정보에 대한 아집이 강해 좀처럼 정정하기 힘드니 유아, 아동문화를 다루는 이들은 생태에 대한 정보에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는가?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가상 생물종을 만들고 촬영하기 위해 감독이 많은 생태학자들에게서 연구자문을 받음으로써 이 영화의 흥행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이학영 / 한국생태환경연구원 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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