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색 바디 라인에 둘리 캐릭터가 그려져 있던 자전거, 이것이 내 최초의 자전거였다. 친구들의 자전거를 빌려 타곤 했는데 어느 날 부모님께서 새 자전거를 사주신 것이었다. 어릴 때 열심히 타고 다녔다. 가끔씩 멀리까지 가느라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해서 밤늦게 까지 길을 해매고, 부모님께 혼나기도 했었지만, 또다시 나는 모험을 찾아 떠났다.


  20대 중반을 넘어갈 때 문득 어릴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지금 모습은 어릴 때 자전거를 사랑했던 그런 열정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일까. 이 질문이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크게 다가왔었다. 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자전거 여행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내가 자전거 여행을 하러 간다고 하면 인상이 상당히 안 좋아지실 아르바이트 사장님 얼굴이 생각나서 멈칫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렇게 햇빛이 쨍쨍한 여름, 친구와 함께 자전거 전국일주를 시작한다.


  자전거 여행 시작 후 주위에는 논과 밭 밖에 보이지 않았고, 하늘에서는 햇볕이 사정없이 내리쬐면서 인도도 갈수록 좁아졌다. 옆을 지나가는 차들도 어찌나 쌩쌩 달리는지 이거 잘못하면 저 하늘로 올라 갈 것만 같았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목이 타들어갔다. 몇 시간을 타고 가다가 길을 멈추고 친구와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으면서 진지하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거 내가 생각했던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냥 완전 개 고생할 것 같은 기분인데…” 그래도 일단 출발했으니 더 가보자라고 서로 합의를 보고 계속해서 올라갔다.


  자전거 여행 중에 정말 기억나는 것은 뜨거운 햇살 아래서 만났던 여러 계곡들과 강, 그리고 바다였던 것 같다. 도로를 따라 가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가보면 이름 모를 명소가 눈앞에 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던 그 곳들을 지나칠 수 없었고, 보이는 족족 물속에 뛰어들었다. 피서오신 분들에게 수박도 얻어먹고 삼겹살도 한 점. 자전거 여행이라고 얼음물까지 챙겨주시던 분들도 있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목에서는 계곡과 강이 우리를 반겼고, 강원도에서 부산으로 내려오는 길목에서는 시원한 바다가 우리를 기다렸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어려웠던 점은 여행자들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던 한국의 도로였다. 잘 가던 도로가 끊기고, 지나갈 공간이 없어서 차들 눈치를 살피면서 갈 때도 있었다. 한번은 길을 잘못 들어서 정말 산으로 올라간 적이 있었다. 산으로 가는 길인지 모르고 끝까지 올라갔다가 이름 모를 어떤 산 정상에 도착해버렸고, 그 정상에서 다시 우리가 되돌아갈 길을 쳐다보면서 그저 쓴웃음만 지었던 기억이 난다.


  자전거 여행은 여러 추억이 많지만, 사실은 매우 힘들고 지친 시간이었다. 하지만 잠시나마 내 열정을 불태운, 그러한 행동 자체를 시작했다는 것에 매우 큰 만족을 느꼈다. 그리고 다짐했다. 적극적인 자세로 모험과 도전을 하겠다고. 사실 삶이란 것이 그렇게 확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마음먹은 그 때부터 무엇인가 조금씩 바꿔지고 있었던 것 같음을 느낀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볼 때면 나는 내 자신이 뿌듯해진다.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던 그때의 가슴 뛰던 열정. 언제나 간직하고 싶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