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애창곡 한 자락,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18번 노래’라고 한다. 못하는 노래이지만, 내게도 18번 노래가 하나 있다. 조용필의 <바람이 전하는 말>이다. 곡도 아름답지만, 가사가 너무 착하다. ‘...착한 당신 속상해도 인생이란 따뜻한 거야’ 와 같은 노랫말을 가지고 있다.
 

  생뚱맞게 웬 노래 가락 타령인가. 의아해 하는 친구들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사람들마다 계절 따라 기분 따라 다른 바람소리. 방학이 시작되면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만드는 바람소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개학이 되면 밀물처럼 밀려오는 바람소리가 있다. 피교육자인 학생들이 만들어 내는 그 바람소리들은 미묘하면서도 거대한 차이를 보인다. 밀물처럼, 썰물처럼 내 가슴에 이는 그 바람소리를 들으며 강단에 선 지 30년 남짓 되었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뀐 시간이다.
 

  80년대에 불어 온 X 세대의 바람, 군부독재 시대가 끝나고 민주화의 몸살을 앓던 시대적 조류와 함께 젊은 내 학생들을 도무지 알 수 없는 세대라 하여 X 세대라 불리었다. 90년대 IT산업의 발달로 컴퓨터와 인터넷 등의 네트워크 시스템이 보급되면서 N세대가 등장했고, 새천년을 맞이하며 21세기의 도래와 함께 내 학생들은 글로벌세대, 즉 G세대란 이름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0년을 주기로 거대한 파도처럼, 폭풍처럼 다가오는 바람소리를 온 몸으로 느끼며 지나 온 시간이었다.
 

  서구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옛날에 비해 버릇이 없고 너무 개방적이라는 지적. 하기야, 내가 학생일 때와 확연히 다른 현상도 적지 않다. 학과 동료들 간의 팀워크 보단 개인의 성취도 향상이 더 중요해졌다든가 하는 차이들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겪어 온 지난 30년간의 바람소리는 그나마 매우 착한 바람소리가 아니었던가 싶어 행복하다. 내 강의실을 거쳐 간 제자들 덕분에, 나는 그들이 만들어 내는 젊고 싱싱한 바람소리를 30년이나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만끽해왔다. 정년까지 아직 10여년이 남았다. 10년을 주기로 확연히 다른 바람소리가 만들어진다. 10년 동안 또 어떤 바람이 불어올지 나는 알지 못 한다. 아무렴, 내 강의실을 거쳐 간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세상의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따뜻하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갔으면 좋겠다. 조용필이 노래했던 것처럼. 내겐 항상 연인이었던 그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  젊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바람이 전하는 말에 귀 기울이며 나도 하루하루를 싱싱하게 살아가리라 다짐해본다. 앞으로 10년 동안도 그렇게.
 

  오늘따라 가왕 조용필의 노래가 더욱 아름답게 내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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