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락 (통계학) 교수 

  부산대에서 교수로 근무한지도 어느 덧 20년이 넘었다. 고등학교까지는 부산에서, 학부와 석사는 서울에서, 박사는 미국에서 했으니 다양한 지역의 대학을 경험한 편이다. 1990년 부산대에 조교수로 부임하여 20년 넘게 몸담고 있으면서 부산대와 부산대생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걱정하며, 많은 제자를 배출하면서 느낀 감회도 숱함은 너무 당연한 얘기다. 부산대생은 국내외 타 대학의 학생들에 비해 많은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은 법이란 뜻에서 이제 부산대생에 대해 칭찬은 생략하고 쓴소리를 하려한다. 
 

  부산에 3대가 있다고 한다. 태종대, 해운대, 그리고 부산대. 이는 부산대에 대한 매우 모욕적인 농담이다. 그 만큼 놀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대학가라면 학문하는 곳을 연상케 하는 것이 마땅한데 유흥하기 좋은 곳으로 연상되는 점에 대해 우리 모두의 책임이 크다.  매일 밤 부산대 앞은 중고생들까지 합세하여 숱한 취객으로 북적거린다. 적어도 주중에는 부산대 앞에서 술 마시는 부산대생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과 학업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부산대생은 도서구입에 너무 인색하다. 심지어 교재도 불법 복제하는 경우가 많다. 통신비, 의상비, 유흥비로 지출되는 비용을 보면 도서구입비를 그토록 아끼는 이유를 모르겠다.  교재의 불법복제는 잘못되고 부끄러운 전통이다. 졸업 후 4년간 몸담았던 소속학과의 전공 도서 한권 제대로 없다니... 중고교 시절에는 각 과목당 교재는 물론이고 참고서도 여러 권 구입했던 사람들인데 대학 진학 후에는 책 구입에 왜 그리 인색한지 안타까울 뿐이다. 전공에 대한 자긍심이 이토록 없는데 사회 진출하여 본인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은 무엇으로 찾으려는지... 밥은 굶어도 책은 산다는 선비정신이 아쉽다.
 

  언제부턴가 남녀 학생들 간에 학교 안에서 너무 노골적인 애정 표현을 거침없이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디서 배운 문화인지 모르지만 천박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연구실과 강의실 앞 복도에서도 아랑곳 않고 민망한 모습을 연출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외국의 유명대학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연구차 방문한 외국대학 교수가 매우 의아해 한다.  적어도 학교 내에서는 공부하는 학생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수업시간에 강의하면서 질문 없느냐고 여러 번 질문을 유도해도 묵묵부답이다. 물론 이는 교수들에게도 문제가 많겠지만 부산대가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특히 부족한 점이다. 질문을 많이 함으로써 그 강의에 대한 애착도 많아지고 예습 복습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강의의 질적 향상은 학생들의 활발한 질문으로 가능해진다. 부산대의 경우 수업시간에는 너무 조용한 반면 수업 끝나면 강의실이 곧바로 시장이 된다. 나이에 걸맞게 좀 더 의젓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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