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본관(현재 인문관)의 경우 건축가 故 김중업 선생이 모더니즘 양식을 도입해 외국의 개방적이며 활달한 기풍이 느껴질 수 있게 건축했다. 하지만 60년대부터는 기능적이고 저렴한 건물들이 건축된다. 당시로서는 최소 공사비로 최대의 면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축양식은 단과대학 건물과 실험연구실이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한 80년대 말까지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현재의 건물 디자인과 위치가 정해졌다.

 

 

 

“건물이 비슷비슷하고 특색이 없어요”

우리학교에서 최근 지어진 경암체육관, 효원문화회관, 건설관 등을 보면 외형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두 정사각형 건물에 전면 혹은 대부분이 유리로 덮인 고층 건물이다. 조진희(정치외교 3) 씨는 “건물이 비슷비슷해 눈에 딱 들어오는 특색 있는 건물이 없다”고 말했다.

6개월 동안 교류학생으로 우리학교를 방문한 김은지(전남대 심리 3) 씨는 “전남대는 인문대학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며 “하지만 부산대는 그러한 건물도 없고 전체적으로 딱딱한 느낌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동언(건축) 교수는 “건물들은 제각각 특징적이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학교는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국립대 예산 구조와 집행의 한계

캠퍼스 건물이 특색 없고 정형화된 느낌을 주는 원인은 국가 예산으로 건물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과 시설물 공사비 상한선 설정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학교는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외부의 발전기금보다는 대부분 국가 예산을 이용하고 있다. 보통 1년에 약 150억이 시설물 공사비로 책정되는데 이 공사비는 기존 건물 유지보수비용과 새로운 건물 공사비용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캠퍼스재정기획과 유재우(건축) 부처장은 “완전히 공사비가 확보된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워 수년에 걸쳐 건물이 건축되고 있다”며 “하지만 국가 예산마저도 국가 재정, 사업의 긴급성, 예산 형평성 등에 따라 조정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조달청에 의해 시설물의 최대 공사비가 정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가소유로 지정된 우리학교 캠퍼스 부지는 1 당 책정할 수 있는 최대 공사비가 정해져있다. 올해 시설비 기준단가 중 교육시설의 경우 1 당 약 150만원을 초과할 수 없게 설정돼 있다. 반면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사립대는 공사비 책정 단가에 상관없이 공사를 진행할 수 있어 동일면적에 훨씬 높은 재원을 투입할 수 있다.

주위 환경 고려한 디자인 지침 요구돼

우리학교가 디자인 면에서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캠퍼스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캠퍼스 마스터플랜 수립 △체계적인 디자인 지침 마련 △공간조정과 건축위원회 구성 등이 요구된다. 먼저 과거의 실패를 만회하고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새로운 건축 계획을 수립해야한다. 이동언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학교 건물은 기능주의 건축인 포스트 모더니즘 양식”이라며 “이제는 기능적인 면뿐만 아니라 외형도 신경써야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양산캠퍼스 부지 조성사업처럼 공간별 용도에 따라 계획된 건물 신축이 필요하다. 또한 토지이용, 조경, 색상, 동선 등 다양한 디자인 지침을 도입해야 한다. 유재우 부처장은 “최근에는 단순히 공간을 마련해 건물을 짓기보다 건물과 주변 환경, 나아가 친환경적인 소재를 충분히 고려해 건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내 부지 건축을 최종 결정하고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건축위원회가 재구성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건축위원회는 공사관계자, 건축학과 교수, 조경학과 교수 등 비상임 위원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앞으로 위원회 구성을 정례화하고 외부 전문가, 학내 구성원 등의 참여도 필요하다.

조승래(디자인) 교수는 “본래 디자인은 사람마다 다르고 주관적”이라며 “건물을 짓기 위해 전문가 한 사람의 의견이 아닌 학내 다양한 구성원 반응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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