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어린 시절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은 기분 좋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7월의 따가운 햇살마저 화창하게 느껴지고,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파란 가로수와 늘어선 건물들의 유리에 반사된 햇빛까지 온통 반짝반짝 기쁨을 수놓고 있었다. 얼마만일까? 둘 사이를 가로막는 어떤 장애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각자의 학업에 열중하는 사이 우리는 자연스럽게 뜸해지고 말았다. 내 어린 시절의 회상에는 항상 그 아이가 그림처럼 놓여 있었고, 언제나 붙어 다닌 기억이 지금도 선한데 대학생이 되고 나서까지 한동안 서로 연락이 없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프다. 혹시 어색하면 어떡하지? 만나면 제일 먼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런 저런 가벼운 걱정들을 하는 사이 익숙한 장면이 머리, 아니 가슴에 둥실 떠올랐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친구의 모습.

  중학교 때 우리 반은 담임선생님의 종례가 길어서 다른 반들보다 훨씬 늦게 마치곤 했었다. 그래서 내 친구는 거의 매일같이 교실 밖 창가에서 나를 기다렸는데, 나는 그게 너무 미안해서 선생님의 말씀은 안중에도 없이 창문 쪽을 힐끔거리기 바빴다. 모로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친구가 나를 봐주기를 바라면서, ‘눈이 마주치면 세상에서 제일 웃긴 표정을 지어줘야지’ 하고. 그렇게 애를 쓰다가 어느 순간 친구가 입을 삐쭉이며 내 쪽을 보면 나는 또 선생님의 눈치에 생각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 친구는 그 순한 얼굴을 온통 풀어서 천사처럼 빙긋이 웃어주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에 짜증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흐물흐물 녹아내릴 만큼 따뜻하고 기분 좋은, 아주 커다란 미소였다.

  너도 그 때를 기억하고 있을까? 어느새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멀지 않은 거리에 기억보다 훨씬 어른스러워진 모습으로 친구가 서 있었다.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채 옮기기도 전에 ‘앗’ 눈이 마주쳤다. 틀림없이 나를 알아본 것이리라.
그때처럼 친구가 활짝, 웃었다. 나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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