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빌딩 건너 2평의 공간, 쪽방

  한눈에 봐도 낡은 ○○여인숙건물 안, 바람도, 빛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쪽방은 쾨쾨한 냄새를 풍긴다. 전선은 벽면을 타고 늘어져있고 얼룩진 이불이며 옷들이 방 한 구석에 널려있다. 좁은 공용화장실엔 고무대야가 세면대를, 고무호스가 샤워기를 대신한다. 건너편 빌딩과는 너무도 다른 생활이 이루어지는 이곳이 부산 쪽방의 현실이다.

 


  쪽방이란 보증금 없이 일세 또는 월세를 지불하며 세면이나 취사 공간이 없는 방을 말한다. 2평 남짓한 쪽방에서 거주하는 도시빈곤층을 쪽방 지역민이라 칭한다.

 


  쪽방은 과거 여인숙 및 여관 등의 숙박시설이나 창고, 공장 등으로 사용된 곳에 일반 주거시설을 구하기 힘든 빈곤층이 모이며 형성됐다. 부산에서 쪽방은 무료급식을 제공받고 일거리를 찾기 쉬운 부전시장 근처나 범천동 철길 주변에 형성돼 있다. 쪽방에 거주했던 이민중(31세, 해운대구 재송1동) 씨는 “사업실패나 이혼, 사별 등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쪽방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후한 건물 내부에 형성된 쪽방은 각종 안전사고는 물론 더위나 추위 앞에 속수무책이다. 쪽방에서 임대주택으로 이사한 구현수(51세, 중구 만덕3동) 씨는 “쪽방은 단열처리가 형편없는 오래된 건물에 있다”며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그늘을 찾아 나간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쪽방상담소 사랑그루터기(이하 사랑그루터기)의 양송욱 실장은 “사람이 살기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지어진 지 수십 년도 더 된 건물들이라 화재, 전기누전 등 안전사고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7년 3월 부산에선 쪽방 화재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쪽방 지역민은 혼자라는 외로움과 사람들의 편견과 맞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쪽방 지역민들에게 ‘게을러서 일거리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며 비난한다. 방값을 내지 못해 새로운 쪽방으로 이사한 김정환(40세, 부산진구 전포2동) 씨는 “몸이 좋지 않아 일이 없는 상태”라면서도 가장 괴로운 것은 아픈 몸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혼자 지낸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괴롭다”고 밝혔다. 후미진 곳에 위치한 쪽방엔 자원봉사자도, 사회복지사 방문도 뜸하다. 양송욱 실장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우리가 함께 도와야한다”며 “쪽방 지역민 또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사회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내쫓기는 쪽방 지역민들
  현 정부의 재개발 성향에 따라 쪽방은 사라지고 있다. 사랑그루터기가 위치한 서면역 주변 쪽방도 대규모 상권이 들어서면서 철거됐다. 지역민들은 제대로 된 다른 주거공간이나 보상금을 제공받기 어렵다. 양송욱 실장은 “상담소 근처에만 170여개의 쪽방이 있었는데 지금은 20개 정도만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거 상향으로 이사한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재개발 정책에 밀려 쪽방조차 빼앗긴 지역민의 경우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더욱 열악한 거주 환경에 처해진다.
  정부는 거주 기준미달 가구 문제 해결을 위해 임대주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쪽방 지역민에게 큰 희망이지만 정부의 재개발 위주 정책 실행으로 2012년 이후 유지가 불투명하다. 쪽방 관리인 ㄱ(76세, 부산진구 부전1동) 씨는 “정부가 어려운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양송욱 실장은 “노무현 정권 때 마련된 제도 외 더 나은 제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 사회가 쪽방 지역민을 돌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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