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 전, 부산은 일본 대륙침략의 거점도시였다. 60여 년 전, 부산은 피란민들의 도시였다. 그리고 지금, 부산은 역사의 도시가 됐다.


  부산의 근대사에서 중요한 두 가지 키워드는 ‘일본’과 ‘전쟁’이다. 이연심(사학) 강사는 “부산은 신석기시대부터 동북아시아 교류의 중심지였고 일본과 관련된 유물도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6.25전쟁 당시, 남한 최후의 도시로서 전국의 피란민들이 몰려들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기도.


  최근 중구에서 ‘역사테마거리’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는 주변 피란민 시장에서 시작된 60~70년대 중구의 생활상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도 있는 반면 기억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도 있다. 하야리아부대는 일제강점기에 경마장으로 만들어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인 군속들의 훈련지와 연합군 포로들의 임시수용소로 사용됐다. 그 후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미군 부대로 사용되다 100년 만인 지난 1월 다시 관리권을 넘겨받았다. 그 후 부산시는 하야리아부대 부지에 건물을 1개만 놔두고 모두 철거해 세계적 명품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다방면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시민공원조성 범시민운동본부의 허운영 공동운영위원장은 “활용가능한 부분을 보존해 재생하는 것이 하야리아의 역사적 의미를 살리는 방법”이라며 “아픈 기억을 극복하고 상징성을 가진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주인의식과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들 역시 공원조성에는 찬성하지만 무조건적인 개발중심 공원으로 만들어지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조영애(광안동, 58) 씨는 “아이들을 위해 아픈 역사가 담긴 건물을 남겨 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표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이 곳을 전시와 공연의 장소로 사용해 ‘문화 랜드마크’로 변화시키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지난 7월 이곳 건물 실내에서 비보이 댄스배틀을 열었던 ‘킬라 몽키즈’의 양문창 리더는 “낡은 건물이지만 그 속에서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실내에서 행사를 진행했다”며 “건물을 헐고 새로 짓는 것보다 재해석한 후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역사를 보여주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도시 속에 산재한 역사적 장소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보존과 재생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이연심 강사는 “현대인들의 편리한 생활과 아름다움을 위해서 다 엎어버리고 새로 만드는 것 보다는 과거의 기억들을 같이 아우를 수 있는 개발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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