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오사카 대학교

 

  누구나 그렇듯 타지에 나가 살게 되면 의식주 걱정을 하게 된다. 필자 역시 교환학생이 확정되었을 때, 기쁨과 함께 타지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처음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살게 된 데다, 다른 지역도 아닌 바다 건너 일본이라니 필자 뿐 만 아니라 필자의 가족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큰 걱정이 바로 ‘어디서 살 게 될 것인가?’ 라는 것이었는데, 출국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기숙사가 확정되어서 유학 준비를 하는 마지막까지 많은 걱정을 하게 되었다. 그런 걱정 끝에 일본에 도착해서 살게 된 곳이 오사카 대학교 내에 위치한 ‘국제 교류 회관’ 이라는 곳이었다.


  일본의 기숙사는 한국과는 달리 1인 1실이었고, 특히나 필자가 살게 된 기숙사는 방 안에 책상, 침대는 물론이고 세탁기, 냉장고, 가스버너, 싱크대, 욕실까지 갖추어진 아파트형 기숙사였다. 작은 방 안에 오밀조밀하게 작은 가구들이 놓여있는 형태로, 좁은 공간도 틈을 잘 활용하여 생활하는 일본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었다.

  기숙사 입주자는 대부분 외국인 유학생이었고, 개인 뿐 만 아니라 부부, 가족 단위의 유학생들도 살고 있었다. 그리고 각 층마다 한 명씩 R.A(Resident Assist)라는 일본인 학생들이 거주하면서 유학생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나, 기숙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도와주곤 했다.

  또 이 곳 기숙사에는 식당이 따로 없어서 식사는 스스로 만들어 먹거나 학교 식당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일본 학생들은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거나 학교 식당을 자주 이용하는 반면, 오히려 외국 유학생들은 장을 봐와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기숙사 사람들끼리 날짜를 정해서 로비에서 저녁을 함께 먹기로 하고 각자의 방에서 한 가지씩 요리를 만들어 와서 파티를 하곤 했다. 자기 나라에서 곧 잘 해 먹는 음식들을 만들어 와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니, 둘러앉은 사람들만큼이나 테이블 위에서도 세계 각국의 정취가 느껴졌다. 처음에는 외국인 유학생들끼리 시작한 작은 파티가 나중에는 오사카 대학교 일본 학생들과 R.A.도 함께 하는 꽤 시끌벅적한 파티가 되었다.

  일본에서의 기숙사 생활을 떠올리면 즐거웠던 추억들이 대부분이지만, 너무 힘들어서 잊지 못하는 추억들도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겨울나기’였다. 일본은 공기를 데우는 난방방식이어서 방을 따뜻하게 하려면 히터를 틀어놓는 방법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조금 더하면 전기장판이나 카펫을 까는 정도였는데, 그렇게 하더라도 방 안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였으니, 뜨끈뜨끈한 아랫목이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지금생각해보면 ‘등을 지진다’는 말이 그때처럼 행복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11개월 이라는 시간동안 ‘우리 집’이라고 불렀던 작은 기숙사 안에서 친구들과 서로의 문화를 나누면서 나름 문화전도사도 되어 보고, 너무 춥고 더워서 고생도 했지만 지금은 다 좋았던 추억으로만 느껴진다. 유학기간이 끝나고 한국으로 오는 날 아침, 비행기 시간에 늦을까 급하게 방을 나섰을 때 뒤돌아 본 텅 빈 ‘우리 집’에서, 온갖 소소한 추억들까지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진 한 장 담아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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