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에서 생겨나는 것은 우연한 작용이외의 어떤 작용도 하지 못한다’. 어느 소설 속에서 스승이 주인공에게 준 가르침이다. 또한 그 가르침은 여기 한 남자에게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바로 무지한 그 남자에게.


  가벼운 머리와 마음으로 편집국 문을 열어젖힌 그는 교육과 만남을 거치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조금씩 머리에 채웠다. 하지만 문제는 그 두 배로 무거워진 마음. 많게는 네 살이나 어린 동기들의 총명함과 그들이 가진 주변에 대한 폭넓은 관심은 그에게 충격 자체였다. 그간 어떤 지식이나 주변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도 갖지 않았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도 컸다. 그런 그에게 매일 거미줄처럼 짜인 교육과 토론은 스스로의 무식을 계속해서 깨닫는 순간이었고, 그런 상태에서 얼마안가 쓰게 된 기사에는 역시 어떤 철학조차 담겨있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고 간신히 쓴 몇 개의 기사들이 세상에 나갔다. 하지만 부끄러운 마음은 감출 길이 없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받아 적은 멘트들과, 그것들을 제멋대로 갈무리해 내놓은 기사들. 사실 그는 무식을 들킬까 두려웠다. 그런 무식과 두려움에서 더 많은 사람을 취재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힘을 얻은 적도 더러는 있었다. 하지만 시덥잖은 핑계를 대고, 스스로 지쳤다고 위로하며 대충 넘긴 글도 없지 않았다.


  그런 것들은 최악의 글이다. 무식과 불성실이 서로 맞닿아 쓴 그런 글. 시간이 지나며 점점 그런 글이 늘어갔다. 그렇게 하루하루, 어느새 열매가 무르익어 떨어지는 ‘낙수(落修)의 계절’이 되었다. 이제는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조차 감흥을 주지 못하는 시대다. 하지만 지난 몇 개월간 그도 한명의 기자로써, 부끄러운 기사들로 그 위기에 한손을 얹었다는 사실에는 가책을 느꼈다. 조금이나마 시대를 변화시키려면, 더 이상 자신의 무지와 불성실을 방치해 둘 수 없다. 그런 마음으로 그는 다시 편집국 문을 열었고, 펜을 들었다.


  ‘그’는 바로 나다. 텅 빈 머리를 금세 많은 것들로 채울 순 없겠지만, 거기에 게으름을 더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려한다. 다시 낙수의 계절이 올 때까지 더 깊이 배우고 더 넓게 살피려한다. 그래야만 우연한 작용을 기대하지 않고도, 내 글로써 세상에 물음을 던질 수 있을 테니. 그리고 나와 부대신문 모두에게 부끄러운 글을 다시 세상에 내보이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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