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시작한 이번 학기는 종내는 많은 눈물을 쏟은 장례식으로 끝났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 했던가. 이번 학기의 여러 일들 역시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다사와 다난의 점철이었다.

성과가 나쁘지 않았던 일부 평가와 ‘않던 이’처럼 오래도록 학교를 괴롭혔던 소송건의 승소를 제외하면, 좋은 일은 별로 없었던 같다. 아니 성적이 실익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소송 또한 상대편이 항소해서 같은 행사를 또 치러야 되니 결과까지 완벽하게 나온 좋은 일이라고는 없던 셈이다. 그렇게 따져보면 이번 학기의 기조는 확실하게 ‘우울’이다. 

바깥이 그러하다면 안은 어떨까? 20년 만에 열린 학생징계위원회가 보여주듯 안도 그렇게 자신 있지 않다. 캠퍼스 주변을 둘러봐도 가장 아름다워야 할 시기에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들이 먼저 보인다. 여기 저기 무질서하게 널린 현수막이나 광고포스터로 얼룩진 게시판들도 그대로다. 길을 따라 걸으면 인도가 끊어져 할 수 없이 찻길을 위험하게 건너지 않으면 안 되는 도로상황도 ‘자연화’된지 오래다. 건물 어귀에는 시킨 음식그릇이 파리 떼를 부르고, 일주일 내내 청소 한번 하지 않는 학생회실 역시 60여년의 창연한 역사 동안 변하지 않은 ‘전통’이다.

바깥이 나쁠 때, 안에 먼저 손을 대는 것은 괜찮은 선택이다. 좋은 것을 바깥으로부터 얻을 수 없을 때 안에 있는 나쁜 것을 버리자는 것이다. 그래서 다가올 새 학기에는 학교와 학생, 그리고 본부와 단과대학, 학생회, 동아리 등에 이르기까지 스스로를 바꾸는 총체적 문화운동이 펼쳐졌으면 한다. 부대신문이나 교내 IPTV 같은 언론이 캠페인을 펼쳐 이를 뒷받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말로 효원문화회관이 지핀 대학의 상업화 논쟁을 현명하게 수렴하는 길이다.

이 문화운동은 캠퍼스 재정비부터 하는 것이 좋겠다. 순환도로와 주차구역을 재정비하여 불필요한 차도를 없애고 인도와 자연공간을 우선 넓힌다. 이륜차를 포함해 허용된 주차공간을 정해주고 이를 어기는 차에게는 엄격한 벌칙을 매기며, 소음이나 역주행 같이 본인이나 주변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각종 행위 또한 규제한다.

이 규정은 학생뿐만 아니라 캠퍼스를 드나드는 각종 배달차량에도 적용시켜 캠퍼스 전체의 소음도와 정숙성을 관리한다. 캠페인으로 캠퍼스 전체의 청결도를 높이고, 필요하다면 예산을 투입해 청소원을 늘리는 방안도 강구한다. 현수막은 정해진 곳을 마련해주고, 불필요한 게시판은 깨끗하게 정리한다. 이것만 하더라도 캠퍼스 전체가 놀랄 만큼 쾌적해질 것이다.

단과대 별로 학생회실을 비롯한 각종 공용공간을 깨끗하게 하고, 불필요하게 음식을 시켜먹거나 현수막ㆍ벽보를 붙이는 행위를 자율적으로 삼가며, 학생회 출범식 같은 소음을 내는 행위도 가급적 줄이되 수업시간 이후에만 할 수 있게 한다. 처음에는 불필요한 간섭으로 느껴져 반발심도 생길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체질화만 되면 면학분위기라는 큰 ‘상’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 점심시간이나 주말 등을 이용해 문화행사, 각종 전시 등이 병행될 수 있다면 분위기 전체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운동은 번듯한 외형적 성과로 빛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학교의 인상이나 느낌을 바꿔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캠퍼스 전체가 차분하면서도 안온하고, 깨끗하면서도 활력에 넘친다. 학교의 경쟁력이란 바깥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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