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와 징계절차에 문제가 생겨 사건이 접수된 지 156일이 지나고서야 사건이 마무리됐다. 또한 징계위원회의 재심의 과정에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11월, 인권센터로 성폭력 사건이 접수됐다. 관련 사건을 조사한 인권센터는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심의를 진행했고, 해당 사건이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인권센터는 징계권을 가진 소속 단과대학(이하 단대)에 가해자의 징계를 요청했다.

<부산대학교 학칙> 제84조 1항에 따라 가해자가 소속된 단대에서 열린 징계위원회는 해당 사건의 판단을 보류했다. 이어서 개최된 2차 징계위원회 역시 ‘현재 조사 결과만으로는 성폭력으로 판단이 어려우므로, 징계를 내리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당 사건을 성폭력이라 판단하고 징계를 요청한 인권센터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인권센터의 판단과 징계요청을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인권센터의 의견은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그쳤기 때문이다. 

2차 징계위원회는 인권센터에 정확한 사건 판결을 위한 추가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인권센터는 현재의 조사결과만으로도 성폭력이라도 판단하기 충분하다며 기존에 전달한 의견서를 재전송했다. 하지만 2차 징계위원회는 인권센터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징계위원회를 추가로 열지 않고 학생처로 결론을 제출해 징계절차를 마무리하려 했다.

피해자는 해당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재심사를 요청할 수 없었다. <부산대학교 학생 징계 규정> 제10조에 따라 총장만 재심사를 요구할 수 있으며, 혹은 징계처분을 받은 학생이 총장에게 재심사를 요청할 때에만 재심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자는 재심의를 요구하는 편지를 익명으로 직접 제출했고, 그제서야 징계위원회가 다시 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이후 열린 징계위원회가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입힌 것이다.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며 징계위원회가 피해자에게 전송한 질문지가 문제였다. 해당 질문지에는 ‘가해자가 폭행이나 협박 등을 행사했냐’는 피해과정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거나 ‘가해자의 행위에 제지행동이나 제지언어가 없었다는 가해자의 진술이 사실이냐’며 가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인용해 피해자의 반항 여부를 묻는 질문이 담겼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청에서 개발한 ‘성폭력 피해자 표준조사모델’에 위반되는 질문이었다. 또한 피해자에게 키와 몸무게 등 체격조건을 묻기도 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행동에 반항할 수 있는 체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피해자 A 씨는 “징계위원회에서 전송한 질문지를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라며 “그럼에도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또다시 사실관계가 부족하다고 결론지을까 두려워 답변해야 했다”라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후 징계위원회를 통해 가해자에 대한 처분이 결정됐다. 피해자가 인권센터에 사건을 접수한지 156일이 지난 후였다. 오랜 시간이 걸린 탓에 피해자는 결국 해당 학기의 복학 신청을 포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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