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났다. 언제나 그랬듯 새로운 학기의 시작을 알리듯 온 캠퍼스가 왁자지껄하다. 겨우내 휑했던 캠퍼스가 새내기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취업 걱정은 이런 새내기도 피해가지 못하나보다. 지난 3일 문화일보에는 ‘입학식 끝낸 새내기들 벌써부터 취업설명회 기웃’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다른 언론사들도 대학 신입생들이 벌써부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을 앞 다퉈 다뤘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각 대학 역시 새내기들을 위한 취업 강의를 개설하는 추세라고 한다.

11학번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62%가 ‘취업이 가장 걱정된다’ 답했다고 한다. 직장인 502명에게 ‘가장 취업을 준비하기 적절한 시기’라는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학교 3학년’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필자가 새내기였던 시절, 선배들은 대체로 이르면 3학년 때부터 취업을 준비하고는 했다. 그래서인지 취업은 고학년이 되면 준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새내기들은 대학생활을 만끽해보기도 전에 취업걱정에 내몰리고 있다. 입시지옥을 건넌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그 불덩이 속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토록 힘들게 스펙을 쌓아 좋은 기업에 취업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첫 직장 만족도’에 대해 신입 사원 7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3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월 보도된 기사에도 단순히 높은 연봉을 보고 취업한 ‘취업 새내기’들은 기대와 다른 환경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만족하지 못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취업이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문화방송(MBC)에서 방영한 'MBC 스페셜-지리산에서 행복을 배우다'에는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 중에는 일간지 기자로 살아가다 ‘이건 아니다’싶어 시인으로 변신해 지리산에 터를 잡은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행복했다. 물질적인 만족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만족하기에 행복해 보였다.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왜 그들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걸까.

취업을 해도 행복하지 않은데 대체 어떡해야할까. 필자가 만나본 선배들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원하는 활동을 할 여유가 사라진다며 하나같이 “대학생활 때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해봐야한다”고 강조하곤 했다. 대학생 때 아무리 하고 싶은 활동만 해도 직장생활을 하면 후회하기 마련이라며. 이번 호 5면 ‘비법전수’코너에서 인터뷰한 선배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자신만의 특색이 되고 하나의 스펙이 됐다고 했다.

요즘 기업들은 도전정신과 팀워크, 그리고 주인의식을 원한다고 한다. 도전정신은 스펙쌓기 만으로는 채울 수 없다. 팀워크나 주인의식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삶을 만들어갈 때 비로소 채워갈 수 있다. 그래서 감히 주장하고 싶다. 적어도 새내기 때만큼은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일을 하라고. 하고 싶은 일을 추진해 나가며 역량을 쌓으라고. 이를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된다면 잠시라도 ‘만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만족을 느꼈다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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