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성폭력 피해여성

  어느 늦은 밤, 으슥한 골목길로 접어들었을 때 여성은 자신을 뒤따라오는 듯한 남자의 발걸음을 알아차리면 저절로 위험한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최근 성폭력 관련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여성들의 불안 심리도 높아졌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여성가족부가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에 의뢰한 ‘2010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전국 성인여성 1,000명당 6명이 강간 또는 강간 미수의 성폭력을 경험했다. 또한 이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경험 이후 76.8%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으며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 성폭력 피해 지원제도조차 이용하지 않았다.

성폭력에 대한 학내 구성원 반응
  우리학교에는 교수, 직원, 학생 누구나 성폭력 사건을 겪거나 보았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성폭력상담센터가 문창회관 2층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성폭력 예방을 위해 전임상담원을 배치했으며 성폭력은 발생 후 대처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며 예방 위주의 여러 교육을 실시한다. 그리고 교내 치안과 학내 여학생 성폭력 예방을 위해 활동하는 효원지킴이가 있다. 우리학교에 여성성폭력상담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김혜민(노어노문 1) 씨는 “만약 주위에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다면 상담소와 같은 지원 단체를 찾아가지 않고 혼자서 해결할 것 같다”며 “상당히 예민한 부분이고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다 보니 밝히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정동욱(나노메카트로닉스공 3) 씨는 “조선시대부터 중시되던 여성의 정조·순결이 지금까지도 강조되고 있어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여성들의 잘못도 50%정도 있다는 잘못된 통념이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성폭력예방교육을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2차 피해 우려, 사회적 시선도 문제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피해 여성들은 one-stop 지원센터 또는 지역별 성폭력상담소에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담일지를 작성하기 위해 이름, 나이 등 신상정보가 들어가지만 이후 모든 신상정보와 상담내용은 비공개로 처리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팀 홍상희 씨는 “처음에는 피해여성들이 신상정보를 밝혀야한다는 사실에 상담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하지만 비밀유지를 보장해준다고 하면 안심한다”고 밝혔다. 성폭력 사건 수사를 진행하면 가해자는 일관된 태도로 범죄 사실을 부인하기만 한다. 이와 달리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증거와 증인을 수사기관에 제시해야하는 등 반복되는 조사과정에서 아픈 기억을 되새겨야하는 2차 피해를 입게 된다.


성폭력이 일어나게 된 빌미를 피해자가 제공했다는 등 오히려 성폭력 피해자가 큰 잘못을 했다고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은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게 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홍상희 씨는 “성폭력을 범죄로 보지 않고 성관계로 바라보는 일부 사회적 인식이 성폭력 피해여성들을 더 상처받게 한다”고 말하며 “잘못된 사회적 인식은 성폭력 신고율과 가해자 처벌에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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