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자세히 살펴 본 적이 있는가? 몇 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데 스핑크스는 코가 없다. 인류 문명의 역사적인 유물에 왜 코가 사라진 것일까. 답은 스핑크스가 아닌, 유럽인의 손에 있다.


  과거 유럽인들은 이집트를 점령할 당시 자신들보다 우월한 고대 이집트인의 문명을 시기하여 그것을 파괴하고자 했다. 그들은 이집트의 석상과 우상에 있는 모든 코를 부수어 이집트 문명의 목숨을 끊고자한 것이다. 코를 부순다는 것은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다.


  이 사실을 알고 필자는 섬뜩할 수밖에 없었다. 타 종교를 질투해 세계의 찬란한 문화유산이 파괴되었다는 것은 종교의 오만과 독선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종교는 본디 평화를 사랑하고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해야 한다. 그러나 ‘스핑크스의 코’를 깨는 것은 악을 자행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가 이렇게 펜을 든 것은 특정 종교를 힐난하거나 종교적 이야기를 설파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깨어진 코를 자신에게 돌릴 필요가 있다. 도리어 내가 ‘스핑크스의 코’를 깨려고 하지는 않았나하는 것이다. 나를 위주로 생각하고 판단해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사고를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자신의 사상을 관철하는 것은 좋지만, 자신과는 다른 정치적, 문화적, 신체적 색깔을 지닌 사람을 근거 없이 비난하고 파괴하는 행위는 배척해야 마땅하다.


  필자도 정치적 입장이 지나치게 뚜렷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비웃은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또한 모자란 지식으로 다른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다 뒤통수 맞은 적,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평가하려다 큰 코 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요사이 겨울이 봄을 시기해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는다. 계절마저 서로를 미워하는데 우리가 서로 시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끝내 계절 또한 제 색을 가지고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는 법이다. 계절에 나름의 색깔이 있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나름의 철학과 사상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할 때, 우리 사회의 ‘스핑크스의 코’는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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