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영어로 쓰인 한국 전래동화책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대부분의 전래동화에 도깨비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도깨비들은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혼내 주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같이 놀고 싶어 하며 때로는 큰 도움도 준다. 북유럽에도 도깨비와 비슷한 존재가 있는데, 바로 트롤이다.


  트롤은 고대 스칸디나비아의 전설에 등장하는 무서운 괴물이다. 북쪽 지방에서는 트롤을 힘이 세고 포악한 거인으로 묘사하지만, 남쪽 지방은 트롤을 작고 숲 속에서 숨어 사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 삽화 속의 트롤은 대부분 한 번도 빗지 않은 것 같은 부스스한 긴 머리에 긴 코를 가진 추한 모습이다.


  트롤 이야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490년 스웨덴 륭비지방에 ‘시드셀’이라는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륭비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홀로 우뚝 선 ‘메이글 스톤’이라는 큰 바위산이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메이글 스톤에서 뭔가 잔뜩 모여 축제를 벌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궁금해진 시드셀은 메이글 스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오는 사람에게 새 옷과 좋은 말을 주기로 약속했다.


  한 마구간지기 소년은 자신이 직접 알아오겠다고 나섰다. 산에 도착했을 때 소년이 발견한 것은 큰 모닥불과 그 주위를 춤추며 도는 트롤들이었다. 소년이 가까이 가자 두 트롤이 뿔로 만든 잔과 피리를 들고 다가와 소년에게 ‘잔에 든 것을 마시고 피리를 불어보라’고 했다. 뿔잔 속 내용물과 피리의 냄새가 너무나도 끔찍해 소년이 거절하려고 할 때 어디선가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와 ‘잔에 든 것을 마시지 말고 어서 말을 타고 도망치세요’라고 했다. 소년은 잔의 내용물을 쏟아버리고는 잔과 피리를 챙겨 바로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트롤들이 계속 따라와 떠나지 않자 결국 소년은 도망갔고 대신 시드셀은 트롤들과 협상을 시작했다. 트롤은 소년이 가지고 간 잔과 피리를 돌려달라고 했지만 시드셀은 요청을 거절하고 트롤들을 쫓아냈다. 트롤들은 어쩔 수 없이 돌아갔고 아가씨와 성을 저주했다. 저주는 아가씨의 가족이 곧 죽을 것이며 성은 세 번 불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들이 떠나고 이틀 후, 마구간지기 소년은 시드셀에게 선물 받은 말에서 넘어져 그 다음날 죽고 말았다.


  스웨덴에서는 이러한 트롤 이야기를 책이나 TV에서 많이 다루고 있고 장난감 가게에서도 트롤인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많은 한국인들 역시 트롤에 대해 알고 있고 스웨덴 전래동화책도 한국에 여러 권 출판돼 있다. 반면, 스웨덴에서는 한국의 문화에 대해 거의 알려진 것이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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