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지난 8월 초, 지인이 소록도에 봉사활동을 같이 가지 않겠냐고 했다.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망설였다.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이 사는 동네, 더 이상 한센병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혹시 옮을까봐 두려웠고 학술제를 준비 중이었던 터라 2박 3일간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직무유기 같았다. 그 날 저녁, 대학생이 된 후 처음으로 맞이한 방학인데 이렇다 할 것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 같아 소록도에 가기로 결심했다.


  소록도로 가는 첫날, 봉사활동을 하러간다는 느낌보다 엠티를 가는 느낌이 더 들었다. 게다가 휴양지에 온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소록도는 아름다웠다. 아름드리의 소나무가 일렬로 서있고 소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보며 언제 여기 오는 것을 망설였나 싶을 정도로 설레고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록도 곳곳을 둘러보면서 소록도는 슬픔으로 빚어진 섬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이 섬에 들어온지 일 년이 채 안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더 이상은 딸들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죽으러 이 섬에 들어왔다는 할머니.


  동네 어르신들이 불편한 몸 때문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갇혀 사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나도 어르신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준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아픔에도 불구하고 낯선 이의 인사를 반갑게 맞아주시고 이야기나 좀 하다가 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로부터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섬을 나가는 날에 한 할머니께서 환하게 웃으며 몸이 건강하니까 뭐든지 해보라는 당부의 말씀도 하셨다.


  소록도에 봉사활동을 간 것은 내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해주었다. ‘대학생이 된 후 고등학생 때보다 더 풀어져 방탕하게 생활해 온 게 아닌가’ ‘모든 걸 할 수 있는 나이고 어떤 것이든 매달릴 수 있는 나이인데 도전하지 않고 도망만 치고 노력하지 않은 게 아닌가’ 등의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아직 20대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생각한대로 말하는 대로 도전할 수 있는 때다. 망설였던 자신을 버리고 무엇이든 당당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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