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학문 활동을 영위하는 기관이다. 학문은 지식으로 인정된 것들을 전달하는 교육과는 달라서 새로운 지식과 진리를 발견하는 영위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는 학문의 절대적인 조건이다. 진리를 추구하는 방법이나 사고에 제약이 가해지면 기존의 지식을 뛰어 넘는 새로운 지식이나 진리는 발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은 학문의 기관이므로 자유로워야 하고 대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대학은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많은 국가들이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 또는 자율을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 속에서 보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문 활동을 위하여 대학에서 사용되는 도구는 지성이다. 지성은 사전적으로는 지각된 것을 체계화하여 새로운 인식을 낳는 정신적 기능을 의미하지만,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정신적 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성이 진리 추구의 도구라고 하면 그것이 폭력적이고 강압적이며 반이성적인 모든 것에 반대하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마디로 대학은 진리 탐구를 위한 자유로운 지성의 공동체이며 대학의 목적과 존재의 의의는 진리 탐구와 학문 이외의 다른 것에 있을 수 없다.


대학의 본질이나 기능에 관한 이러한 당연한 언설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른바 부산대학교의 구성원이라고 하는 세 집단, 즉 교수와 학생과 직원 누구도 대학의 본질과 기능에 관하여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가진 적이 없고, 이른바 ‘대학 구성원’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에 관한 확고한 인식이 결여된 것에 현재 우리학교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위기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교수와 학생과 직원이 대학의 본질, 부산대학교의 정체성에 관하여 다시 한 번 깊은 성찰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학교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접근하는 기본적인 관점은 하나다. 어떻게 하는 것이 부산대학교가 진리 탐구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 그리고 문제 해결을 논의하는 모든 과정은 지성적이어야 한다. 모든 생각과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하고, 합리적인 대화에 의하여 도출된 결론에 모두가 승복하여야 한다. 국립대의 법인화나 성과연봉제가 대학에서의 진리 탐구에 어떻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를 지성적으로 논의하여야 한다. 대학에 대해 재정적 권한으로 압박하고 유도하거나 대학의 부도덕성을 언론에 흘리는 것 또는 일방적으로 밀어 붙인 입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반지성적이다.


부경대와의 통합 문제에 관해서도 이해관계자들에 대하여 충분한 의견 진술과 토론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통합이 대학의 본질과 기능에 어떻게 합치되고 공헌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정부와 대학의 총장과 측근 보직자들이 통합을 밀어 붙이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반지성적이다. 총장임용후보자 선거에서의 선거법 위반 문제는 대학이 철저하게 지성적이고 윤리적이지 못 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 번 대학의 본질로 돌아가 생각하고, 부산대학교를 철저한 지성의 공동체로 거듭나게 함으로써 과거의 잘못을 씻고 대학의 자율을 다시 회복하고 확보해 나갈 길을 모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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