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남녀 기숙사 중 어딜 가야하나
둘, 건강한 토론을 왜 혐오로 막나

우리 대학의 한 성소수자 학생이 인터넷 익명게시판에 올린 글을 두고 논란이 인다. 성소수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작성할 수 있는 내용인데도 ‘혐오’에 기반한 악성 댓글이 잇따라 게시됐기 때문이다. 원글 작성자가 실제 학생이라면 악플 게시자는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했을 수도 있다.

트렌스젠더를 상징하는 로고.
트렌스젠더를 상징하는 로고.
우리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캡쳐.
우리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캡쳐.

지난 3월 8일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부산대 재학중인 MTF(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정체성을 바꾼) 트렌스젠더입니다. 기숙사 문제가 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비수술 트렌스젠더’(남성기를 남겨둔 트렌스젠더)라고 밝힌 글쓴이는 “남자기숙사에서 남자 룸메이트와 지내고 샤워할 때, 혹은 화장실 갈 때… 성적으로 상당히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이 상당히 불편하다”며 “남녀공용 기숙사나 자유관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학교는 이러한 사항을 아직 금지하고있다”고 썼다. 글 작성자는 “학교에 문의하고자 하는데 혹시 저와 함께 부산대에 건의하실 트렌스젠더분을 찾는다”고 글을 마무리 한다. 

원글 작성자는 단순히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글을 올렸다고 한다. 논란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충분히 건설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게 작성자의 입장이다. 실제 일부 댓글에서는 작성자의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사이트 이용자는 “(작성자의)마음은 알겠지만 민감한 사항이니 깊게 생각하고 올렸어야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다른 학우들의 불안감과 수치심을 고려해야한다”는 글을 남겼다. 작성자의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이윽고 도를 넘은 악플이 잇따라 올라오기 시작했다. "비수술 트젠(트랜스젠더)은 정신병이다” “이 글 보고 토했다” “발상 자체가 너무 역겹다”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급기야 글 작성자가 나서 “용기 내서 올린 글이니 혐오성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답했지만 악성댓글은 계속 이어졌다. 악플은 원글 캡쳐본이 게시된 커뮤니티사이트에서도 올라왔다. 채널PNU가 접촉한 원글 작성자는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다”며 "혹시나 내가 특정되어 아웃팅을 당할까 상당히 두렵다. 게시글 또한 놔두기 무섭지만 성의를 써서 댓글 남겨준 사람이 있어 놔뒀다"라고 심경을 표했다.

이러한 상황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의견을 나누기 위해 용기내서 올린 글인데 ‘혐오’의 악플이 토론의 진행 자체를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학내에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진지한 토론이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혐오’가 막아선 셈이다. 부산대학교 학생인권센터 인권상담실 전임상담원은 해당 게시글에 대해 “불편함을 어필하고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발전적인 방향에서 타당한 일이다"고 말했다. 또, 게시글의 반응에 대해서는 "민감한 문제인 건 사실이지만 도를 넘는 댓글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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