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독어·불어교육과 통폐합 추진
-설명회 이틀전 공지에 학생들 "졸속 개편"
-학과 구조개편 방향도 공감 못 얻어
-"사범·인문대 근본적으로 달라" 비판
우리 대학 독어·불어교육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학과 학생들은 “졸속 개편” “사기 입학”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우리 대학은 지난 3월 31일 대학본부의 대회의실에서 ‘제1기 학문단위 구조개편’ 설명회를 열고 사범대 독어·불어교육과를 각각 인문대학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로 통폐합할 것이라 밝혔다. 오는 2024년부터 독어·불어교육과는 학부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고 학과 존속기한 만료 후 인문대학 학과로 통합된다. 학과는 2023학년도 신입생의 졸업 시기를 고려해 2030년 2월말까지 유지된다. 우리 대학 독어·불어교육과가 폐지되면 전국에 이 두 학과가 있는 대학은 4개로 줄어든다.
이날 설명회에서 대학본부는 학과 구조개편의 이유로 ‘학령인구 감소’를 꼽았다. 기획처 ‘학문단위 구조개편 TF’의 장덕현(문헌정보학) 기획처장은 “수 년 전부터 대학본부가 (현재의) 학문단위 구조에 대한 걱정을 했다. 우리는 국립대이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며 “심화전공 및 세부전공 등 다양한 과목 개설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학과개편 과정에 배제된 학생들
하지만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학생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일절 없었다고 비판했다. 2020년 9월부터 교수들로 구성된 학문단위 구조개편 TF팀이 정식 개편안을 상정하고 총 3번의 교무회의를 거칠 동안 설문조사는 물론이고 학생회의 의견을 구하는 자리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학생들은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신입생 송현영(불어교육, 22) 씨는 “이제 학교 입학해서 생활하려는데 모집 때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이러는 건 ‘사기 입학’”이라고 말했다. 재학생 송동희(불어교육, 20) 씨는 “22학번들은 입학 전에 정보 전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부당하다”며 “학습권이라는게 단순히 수업을 들으며 얻는 것을 넘어서 선후배 관계 속에서 배우고 알아가는 것도 포함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사범대학 불어교육과 이윤권(20) 비대위원장은 “설명회의 공지를 받을 때부터 절차가 일방적이었다”며 “재학생을 대상으로 의견을 조사하고 교무처장에 면담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어교육과 학생회도 설명회 이후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학교측 “경쟁력 강화”에 학생들은 절레절레
이번 학과 개편이 학생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학교 측 논리에 학생들은 실질적 경쟁력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설명회에서 초기 TF에 속했다 밝힌 생활환경대학 박수빈(실내환경디자인학) 학장은 “우리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보지 못하고 계속 누적된다. (개편은) 여러분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한 고려가 있었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이재원(불어교육, 20) 씨는 “학생을 위한 경쟁력을 얻기보다 통폐함을 함으로써 학교의 경쟁력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명예퇴직한 김정미(독어교육 82, 졸업) 씨도 “사범대학과 인문대학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교육학과 학생들은 언어 실력을 올리는 것이 아닌 좋은 선생되어 학교에 나가 무엇을 가르칠 것에 중점을 둔다”며 “차라리 외국어교육과로 통합을 한다고 했으면 납득은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본부가 이번 구조개편에서 학생들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1기’의 이름을 걸고 시작한 학문단위 구조개편인만큼, 제2기, 제3기의 구조개편도 있을 예정이어서 파장도 계속 일 것으로 보인다. 총학생회 정세윤(무역학 18) 비대위원장은 “총학생회도 이번 설명회 공지사항을 통해 처음 알았다”며 “앞으로 의견 수렴이 정말 중요한데 구체적인 반영 방법을 설명회에서도 정확히 듣지 못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