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행 부산시민 10명 중 8명 청년
-주요 원인은 일자리·인프라 부족 탓
-문화·복지·교통 등 격차 갈증도 커
-"원한다면 부산서 머물 수 있어야"

(c)한지윤 디자이너
(c)한지윤 디자이너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를 희망하는 A(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21) 씨는 졸업 후에도 부산에 남고 싶지만 일자리를 위해 서울로 올라갈 계획이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대다수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호흡 기관이 좋지 않아 공기의 질이 우려돼 부산에 남고 싶지만 원하는 업계의 기업이 죄다 수도권에 있다”며 “(서울의) 집값도 부담되고 여러 단점도 인지하고 있지만 취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도권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채널PNU'가 지난 5월부터 부산에 사는 대학생들을 수차례 만나 대화를 나눠봤지만 A씨와 같이 부산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은 생각보다 적었다. 미디어에 보이는 것처럼 '나은 삶'을 위해 지방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만 존재하는 상황에 청년들은 내몰려 있는 것이다. '채널PNU'가 우리 대학 학부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3월 14일~5월 14일, 378명 참여)를 보면 '만약 서울권 대학과 부산대학교를 모두 합격했다면 어디를 택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과반 이상(51.1%, 193명)이 부산대를 택했다. 2021년 부산시가 실시한 '2021년 부산사회 조사'에 따르면 '부산에 계속 살고 싶다'를 선택한 사람이 전체의 75.4%에 해당했다. 

청년들의 ‘인서울을 위한 탈부산’ 행렬은 여러 수치로도 드러난다. 부산시가 지난 8월 발표한 ‘인구 정책 브리핑’을 보면 최근 10년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인구는 약 8만5,000명에 달했는데, 청년인구(2·30대)로 한정하면 총 7만3,000명으로 전체 수도권 유출 인구의 86%나 차지했다. 부산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10명 중 8명이 청년인 셈이다. 반면 수도권 인구는 2011년 이후 매년 10만 명 이상 증가해 2019년 처음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탈부산' 이유는 '서울공화국'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는 큰 이유는 단연 ‘일자리’다. 올해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격차와 정책 방향' 보고서(이하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1,000대 기업의 86.9%는 국토 면적 12.1%에 불과한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부산의 산업별 일자리 비중 또한 2019년 전국사업체조사 기준 서비스업이 77.3%로, 양질의 구직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 20학번 B씨는 “메이저 직종은 메이저라 서울에 있고, 비메이저 직종들은 비메이저라 (비교적 수요 인구가 많은) 서울에 몰리게 된다”며 “비메이저한 직업은 지방에서 아예 구할 수 없어서 서울로 떠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일자리뿐만 아니다.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대외활동, 공모전 등도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C(영어영문학, 20) 씨도 “최근 한 서포터즈를 신청해 1차 서류 합격을 했는데 2차 면접 장소가 서울이었다”라며 “학기 중인데도 면접 시간이 평일 낮 시간대라 결국 신청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합격을 했었더라도 예정돼 있던 1박 2일 발대식이 서울에서 열려서 갈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지방대생은 평일에 모든 수업을 빼고 갈 만큼 여유도 없고, 비용적인 문제도 있어서 이런 씁쓸한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각종 인프라(△교육 △교통 △복지) 부족을 이유로 떠나고 싶어 하는 청년들도 많다. 작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0분 내 분만의료이용율이 30% 미만이거나 60분 내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이 수도권(인천·경기)은 3곳에 불과한 반면, 비수도권은 56곳에 달했다. 균형발전지표 교통 부문 하위 23개 지역 중 비수도권 지역이 20곳을 차지하기도 했다. 강신현(지질환경과학, 17) 씨는 “부산대 인근은 학교라 교통이 잘돼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많다”며 “서울은 대부분 지하철역이 근처에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버스 타고 5분이면 있는데 부산은 없는 곳도 많았다”고 말했다. 

문화생활의 질적·양적 차이도 청년 유출의 큰 요인 중 하나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의 균형발전지표를 살펴보면 문화·여가 부문 하위 23개 지역 중 22개가 비수도권이었던 반면, 상위 23개 지역에는 14곳의 수도권이 포함됐다. 손희원(경영학, 21) 씨는 “가고 싶은 행사나 전시회가 많은데 대부분 서울에서만 개최된다”며 “한번 서울을 방문할 때 많은 돈과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에 방문 자체를 포기한 경험이 많다”고 전했다. 양한빈(경영학, 19) 씨도 “지방 공연의 경우 같은 값을 받아도 (음향이나 무대 소품 등에서) 퀄리티 차이가 난다”며 “뮤지컬, 연극, 운동 경기 등 여러 문화생활을 더 많이 즐기고 향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구가 많은 만큼 전국 단위의 정책도 서울을 우선 고려해 제정된다. 동아대 전현수(금융학, 21) 씨는 "우리나라 정책 대부분이 서울을 겨냥하거나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서울이 수도인 만큼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인프라와 기회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신대 D(아동복지학, 21) 씨도 “앞으로도 계속 부산에 산다면 경험이나 인식의 폭이 제한된 범위에 머무를 것 같다”라며 “서울의 다양한 복지 정책을 경험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 김석수 대외협력부총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생각할 때, 학생 대부분 이 1순위를 수도권으로 고려한다"며 "수도권이 가지고 있는 많은 기회라는 요인이 크게 작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일자리 같은 경우, 지역 기업이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래 성장 가능성이나 현재 받을 수 있는 이익이 적어 선호하지 않게 된다"며 "지역 청년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부분이) 전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부산에 계속 살고 싶다"

‘탈부산’ 행렬 속에서도 부산에 머물길 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확고하다. 부경대 E(경영학, 21) 씨는 "부산을 떠나고 싶지 않다"며 "만약 서울로 떠나게 된다면 자발적 이유가 아닌 일자리 등 강제적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과의 경우 지역인재할당제 등 지역 청년에게 유리한 제도가 적용돼 취업에서도 유리하다. 권효경(의생명융합공학, 20) 씨는 “부산대 수준만 되더라도 교육 수준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아대 21학번 F씨도 “지역 일자리를 위한 많은 노력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용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었다. C 씨는 “서울의 비싼 집값이 부담”이라며 “집값 때문에 대출받고 허덕이며 살기보다는 부산에서 조금 여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E 씨도  "서울의 문화생활이나 인프라만을 바라고 가기에는 비용적 측면의 손실이 크다"며 "물가나 집값이 지방에 비해 너무 비싸서 부담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거주한 연고지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가족, 친구 등 모든 인간관계가 부산에 있어 떠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권 씨는 “부산에서 줄곧 자라서 그런지 익숙하고 편하다”고 말했다. 신라대 G(유아교육) 씨도 “태어날 때부터 부산에 살아서 애정이 많다”며 “부산에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인구 밀집 △경쟁 과열화 등을 꺼리는 경향도 나타났다. G 씨는 “서울이나 수도권만의 이점도 있지만, 많은 기회가 있는 만큼 더 많은 경쟁도 해야 해서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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